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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휴정PD의 Cinesay] 인생이라는 링에 오른 한 남자의 무모한 도전 <록키>

영화 ‘록키’ 포스터




영화 속 복서들은 몇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가난하고, 못배우고, 미래가 암울합니다. 그야말로 루저들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착하고 성실합니다. 슬픔과 분노와 좌절을 링 안에서 풀어내고 정직하게 단련된 ‘몸’의 승부를 믿습니다. 꿈도 소박합니다. 사랑하는 가족, 연인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 그 마음 하나로 지루하게 반복되는 훈련을 견뎌내고, 먹고싶고 하고싶은 것들을 자제하고 문득문득 찾아오는 두려움도 이겨냅니다 피를 흘릴 때까지 맞는 것이 무섭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사각의 정글, 링에서 오로지 자신만을 믿고 버텨내는 무명 복서들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우리의 삶을 봅니다. <록키>(1976년, 존 G. 아빌드센 감독, 실베스타 스텔론 각본)의 도전도 그래서 열렬히 응원했을겁니다.

필라델피아 빈민촌에 사는 록키 발모아(실베스타 스텔론)는 허름한 클럽에서 4회전 내기경기의 복서로 살아갑니다. “너는 머리가 나쁘니 몸을 쓰며 살아라”라던 아버지의 충고대로 복서가 된 록키가 실컷 두들겨맞고 받는 대전료는 고작 50달러 남짓. 살기위해서는 사채해결사도 해야합니다. 하지만, 그는 인정많고 착한 남자죠. 애완동물가게에서 일하는 수줍음많은 애드리안(탈리아 샤이어)만 우직하게 사랑하고 거리의 불량청소년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사채를 받아내긴해도 폭력은 쓰지않습니다. 거친 말도 아주 싫어합니다. 어디서 어떤 일을 하고 살아도 사람의 본성에 따라 이렇게 차이가 납니다. 그래서 신(神)이 믿을 수 없는 기회를 선물한걸까요? 세계 헤비급 챔피언 아폴로가 타이틀매치 상대자로 록키를 지명한 겁니다. 이유는 ‘이탈리안 종마’라는 애칭을 갖고있는 가난한 이민자의 아들 록키에게 기회를 줘서 ‘아메리칸 드림’의 감동을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얼떨결에 세상의 주목을 받게된 록키에게 주어진 준비기간은 단 5주! 늘 비아냥대던 체육관 관장 미키가 트레이너로 합류하면서 록키의 훈련은 체계를 갖춥니다. 새벽 4시면 일어나 필라델피아 곳곳을 뛰고 냉동실의 고기를 샌드백처럼 치면서 록키의 실력은 일취월장합니다. 하지만 문득문득, 록키는 두려워집니다. 질게 뻔하니까요. 록키는 스스로에게 다짐하죠. “마지막 종이 울릴 때 두 발로 서있을 수 있다면 나는 처음으로 내 인생에서 뭔가를 이뤄낸거야”라고. 드디어 시합일. 화려한 경력의 챔피언, 아폴로는 3회안에 끝장내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록키는 만만치않았습니다. 오히려 1회에서 다운까지 뺏은 록키! 경기는 회를 거듭할수록 난타전으로 이어지고 챔피언도 도전자도 피투성이가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15회의 종이 울렸을 때, 록키는 꿈을 이뤄냅니다. 쓰러지지 않고 두 발로 서있었으니까요! 모든 관중들이 록키에게 열광했지만, 록키는 한 사람만을 찾습니다. “애드리안! 애드리안!” 8대7, 록키는 졌지만, 도전에서 는 패하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는 실베스타 스텔론이 당시의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와 무명 도전자 척 웨프너의 경기를 보고 단 3일 만에 썼다고 합니다. 며칠전 세상을 떠난 알리도 실베스타 스텔론도 인종차별, 가난을 이겨내고 한 시대 ‘희망’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겉으로는 누구보다 화려한 삶을 살았던 두 사람이지만, 그렇게되기까지 얼마나 처절하게 노력했을까를 생각해보면 숙연해집니다. ‘진짜 사나이’, ‘진짜 영웅’들을 보고 자랄 수 있어서 행복하고 감사했습니다.

KBS1라디오 <함께하는 저녁길 정은아입니다>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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