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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콧대 낮추는 명품

디올, 한국에 아시아 첫 온라인몰 오픈

유행 민감한 한국 '테스트베드'로 적합

쇼핑의 온라인화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

'부패와의 전쟁'으로 중국 매출 하락도 한 몫

샤넬·페라가모·톰포드 등도 온라인 영업 강화





루이비통 계열의 명품 브랜드 디올이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직영 온라인몰을 열고 수백만원대의 가방을 비롯해 의류·신발·선글라스 등 전 제품을 인터넷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는 한국이 한류열풍에 이어 패션강국으로서의 위상이 높아진데다 온라인시장이 발달된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면에는 수년간의 실적악화로 더 이상 명품관·면세점 등 오프라인 매장만 고집하기 어려워진 명품들의 쓰라린 속내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디올이 아시아 첫 온라인몰 진출지로 한국을 선택하고 지난달 30일 온라인 영업을 시작했다. 디올은 프랑스와 영국·스페인·독일·이탈리아 등에서 온라인몰을 운영해왔으나 아시아 지역에 온라인몰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디올 온라인몰에서는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디올의 스테디셀러 제품을 비롯해 올여름과 가을 시즌을 겨냥한 최신상품도 판다. 여성용 백과 구두·액세서리부터 남성용 의류와 구두·선글라스까지 다양한 상품이 마련됐다. 대표적으로 클래식 ‘레이디 디올백’이 540만~580만원에 올라와 있고 여름 신제품인 ‘크루즈라인 레이디 디올백’이 540만원에, 가을 시즌을 겨냥한 신상품 ‘사슴가죽 펌프스’가 16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세계 최대 명품시장인 중국을 제치고 한국이 디올의 아시아 첫 번째 온라인몰 론칭 지역으로 낙점된 것은 한국 소비자들이 온라인쇼핑에 익숙하고 유행에 민감해 아시아 온라인시장의 ‘테스트베드’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한류열풍에 이어 K패션과 K뷰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패션강국으로서의 위상이 부쩍 올라간 덕도 있다. 실제 디올은 지난해 서울 청담동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하며 한국 시장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드러냈다.

디올이 지난달 30일부터 아시아 최초로 국내서 운영하는 공식 온라인몰. 영어, 중국어 없이 한국어로만 표기돼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콧대 높은 명품이 부티크와 백화점·면세점을 뒤로 한 채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는 온라인몰을 선택하는 데는 지속적인 실적악화라는 악재가 있다. 특히 아시아 명품 소비의 핵이었던 중국에서 ‘부패와의 전쟁’으로 사치품 소비율이 급격하게 떨어지자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온라인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명품이 국내에서 온라인 영업에 나선 것은 불과 몇 년 되지 않지만 최근 들어 가속도가 붙고 있다. 구찌가 지난 2011년 국내에서 럭셔리브랜드 최초로 온라인 직영몰을 시작한 후 버버리·톰브라운이 온라인몰을 잇따라 열며 인터넷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아직 온라인몰을 오픈하지는 않았지만 럭셔리브랜드의 대명사인 샤넬 역시 지난해 이커머스 론칭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도 연초 미국 뉴욕에서 투자설명회를 열어 중저가 제품군을 확대하고 온라인 사업을 2배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이외에 페라가모나 톰포드 등 다수의 명품 브랜드도 백화점 온라인몰에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명품들의 채널 전략 변화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쇼핑의 온라인화라는 시대 흐름을 거스르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맥킨지가 발표한 ‘명품 체험의 온라인화’ 보고서를 보면 2014년 기준 명품 브랜드의 온라인 매출은 140억유로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50%나 늘었다. 2009년과 비교하면 이커머스 비중이 5년 만에 3배나 뛰었다. 4년 뒤에는 럭셔리브랜드 전체 매출 가운데 이커머스 비중이 12%로 확대되고 온라인이 미국과 중국에 이어 3대 시장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두 번째는 경영실적 악화로 새로운 수익원이 필요해졌다는 점이다. 프라다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8% 줄고 순이익은 27% 급감하는 등 5년래 최악의 경영실적을 기록했다. 프랑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도 올 1·4분기 성장률이 시장 예상치(4.1%)보다 낮은 3%에 그쳤다. 최대 명품 시장인 중국의 사치품 수요 급감과 해외직구 증가에 따른 마진 감소, 세계 경기둔화 우려, 파리·브뤼셀 테러로 촉발된 유럽 관광객 감소 등이 명품 판매에 직격탄을 날린 결과다.

특히 중국에서 명품들이 받은 타격은 심각하다. 루이비통이 최근 중국 광저우 매장을 폐점하고 올해 중 5~6개 매장을 폐쇄할 방침이며 프라다는 지난해 중국 내 매장 16곳을 줄였다. 샤넬과 까르띠에, 불가리, 버버리 등도 중국 매장을 잇달아 접고 있다. 디올이 거대 시장인 중국을 두고 한국에 아시아 최초의 온라인몰을 연 것도 이 같은 중국의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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