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은 지난 2013년 유동성 위기로 자율협약에 들어갔으나 영업손실이 누적되면서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지 못했다. 채권단은 지난해 말 STX조선에 4,5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으나 조선업황이 개선되지 않고 수주가 끊기면서 STX조선 처리 방안에 대한 재논의가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자율협약이 실시된 후 3년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수조원의 자금지원이 이뤄지다가 이제 와서야 STX조선 문제를 매듭짓는 것을 두고 정부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측의 책임론을 거론하는 목소리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에 따른 후폭풍이 두려워 ‘폭탄 돌리기’를 해오다가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사까지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자 결국 STX조선해양은 포기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금융계 안팎에서는 조선업에 대한 근거 없는 낙관론과 채권단의 전문성 결여가 수조원의 혈세를 낭비하는 화근을 불러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앞으로 더 큰 문제는 STX조선해양과 같은 사태가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사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충분히 재발될 수 있다는 점이다.
뚜렷한 회생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명확한 근거 없이 수조원대 자금 지원이 이뤄지고 누구도 해당 조선사의 현실을 꿰뚫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STX조선해양이나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 과정이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STX조선해양이 결국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되면 강덕수 회장이 세웠던 STX그룹은 완전한 해체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STX조선이 법정관리로 갈 경우 그나마 자율협약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STX중공업·STX포스텍 등 STX 계열사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채권단이 지난해 말 STX조선의 법정관리행을 끝까지 주저했던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STX중공업의 경우 매출의 약 15%를 STX조선에 의존하고 있으며 STX포스텍은 매출의 사실상 100%를 다른 STX 계열사 등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STX조선이 법정관리로 갈 경우 줄줄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여기에 ㈜STX의 경우 STX조선에서 받아야 할 매출채권이 약 1,000억원인데 법정관리로 인해 이를 대손비용으로 처리할 경우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로 전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STX조선이 법정관리로 갈 경우 채권단이 1조원 이상의 ‘선수금환급보증(RG)콜’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여 채권단의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박은 수주할 때 계약서에 조선사의 법정관리 시 RG에 대한 콜옵션을 명시하는 데 STX조선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경우 채권단이 보증금을 현금으로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모든 선주가 RG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지는 않겠지만 추가 피해는 불가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환급해줘야 하는 RG의 규모와 청산가치 등을 고려해 법정관리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현재 STX조선 채권단에는 우리·KEB하나·신한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고 탈퇴해 채권단에는 산업은행(48%), 수출입은행(21%), 농협(18%) 등 국책·특수은행 등만 남아 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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