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등 7개 채권금융기관은 이날 오후3시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채권단회의를 열고 한진해운의 조건부 자율협약 개시를 결정했다. 자율협약 개시 직전에 빠진 신용보증기금을 제외한 모든 채권단이 자율협약에 동의했다.
채권단 등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자율협약이 시작됐지만 이는 정상화를 위한 첫 관문에 지나지 않는다. 조건부 자율협약은 한진해운 측이 사채권자집회와 용선료 협상 등을 완수해오는 것을 전제로 채권단이 채무 재조정 등 지원을 하는 구조다. 한진해운은 지금부터 그 과제를 풀어야 한다.
한진해운의 경우 용선료 협상이 현대상선보다 상대적으로 늦고 주요 협상주체 역시 완강해 녹록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진해운은 17개 해외 선사로부터 53척을 용선 중인데 이 중 캐나다 해운사 시스팬의 물량이 가장 많다. 시스팬은 회사 설립 이래 용선료를 한 번도 인하한 적이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석 사장은 용선료 협상에 앞서 직접 선주들에게 편지를 보내 “현재 처한 유동성 위기를 회사 자체적인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도움을 청했다. 석 사장은 “자산 매각과 비용 절감, 대주주로부터 자금조달 등 유동성 확대를 위해 노력해왔다”며 “하지만 해운업을 둘러싼 글로벌 경제 환경이 지난 8년간 더 악화됐다”고 호소했다. 한진해운은 현재 컨테이너선 95척 중 58척, 벌크선과 탱커 56척 중 33척을 용선 중이다.
오는 19일로 예정된 사채권자집회 역시 만만찮다. 용선료 협상 진행상황을 토대로 사채권자 문제를 풀어야 하는 만큼 용선료 협상이 지지부진하면 찬성을 이끌어내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6월 말 1,9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데 한진해운 역시 연체 수순을 밟을 공산이 커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조건부 자율협약을 개시했지만 용선료 협상과 사채권자 채무조정 등을 풀지 못하면 자율협약은 의미가 없다”면서 “6월 말까지 용선료 협상과 사채권자집회 등은 윤곽이 잡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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