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분야도 꾸준히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산업이다. 그동안 유화업계에 큰 이익을 안겨다 준 중국이 급성장하면서 숨통을 죄는 구조다. 중국의 주요 석유화학 제품 자급률은 지난 2010년 65%에서 2014년 79%까지 늘어났다. 특히 상대적으로 기술집약도가 낮은 고순도 테레프탈산(TPA)이 가장 심각한 부문으로 꼽힌다. 화학업계의 한 관계자는 “추가 제품 가격 하락으로 손해가 더 커져야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일본·유럽의 주요 화학기업들이 전략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고부가가치 사업 중심으로 구조를 재편한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20일 유화업계에 따르면 TPA는 폴리에스테르섬유와 페트(PET), 필름·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주원료다. 국내 TPA 생산량은 2012년 619만톤을 기록한 뒤 점차 줄고 있지만 중국산 제품 수입과 국내 수요 감소로 국내시장에서만 200만톤 이상의 공급 과잉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내 주요 TPA 업체는 생산 라인 가동을 중단하거나 전환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룹 내 수직계열화를 이뤄 TPA 생산량 상당수를 자체 소비하는 롯데케미칼과 효성 등은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외부 판매 비중이 높은 한화종합화학과 삼남석유화학 등은 공급 과잉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업계는 자발적인 사업 재편을 위해 ‘석유화학 경쟁력 강화 민간협의체’를 구성했지만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지는 않고 있다. 각 사마다 수급을 조절하거나 원가를 절감하고 체질을 개선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구조조정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일부 업체들은 지난해 석유화학 시황 개선으로 다른 제품군에서 이익이 나자 TPA의 손해를 감수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최근 기업들의 사업 재편을 돕기 위해 마련된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 구조조정을 활성화하고자 어렵게 법안이 만들어졌는데 정작 움직여야 할 업체들이 꼼짝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용어설명
테레프탈산(TPA):페트(PET)와 필름·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주원료로 원유에서 뽑아낸 파라자일렌((Para Xylene)을 정제해 만든다. 생산공정에 따라 고순도 테레프탈산( PTA)과 중순도 테레프탈산(QTA)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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