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역량을 더 높여야 한다. 그리고 과감하게 실천에 옮겨라.”
20일 오후 서울시 중구 한은 본관 15층에서 하성근·정해방·정순원·문우식 위원 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4명의 퇴임식이 열렸다. 1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다음날이다. 이들은 4년간의 소회를 밝히며 한은에 많은 숙제를 남겼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하성근 위원은 “4년 전 취임식 때 책임이 무겁다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는데 겪어보니 책임은 더 무겁고 최선을 다했는지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며 말문을 열었다. 하 위원은 19일 마지막 금통위까지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내놓으며 마지막까지 소신을 지켰다. 하 위원은 이날도 한은 임직원에게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대내외 경제 상황을 보면 한은이 정책적인 역량을 높이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며 “우리 실정에 맞는 정책 수단을 개발하고 조합해서 필요시 과감하게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 나라가 각자 도생하는 제로섬 경제정책을 펴고 있다. 한은이 통화정책의 중립성을 최대한 확보하면서도 다른 부처와 최대한 정책 공조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순원 위원은 적극적인 소통을 주문했다. 그는 “금통위원 초기에는 데이터만 가지고 기계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과의 소통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으면서 떠난다”며 “한은도 소통 방식을 일신해나가야 한다. 축적의 시간이 흐르면 시장과 국민 신뢰 한꺼번에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해방 위원은 앞으로 경제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정 위원은 “(경제가) 두터운 먹구름이 꽉 낀 상황이다. 대외적인 여건이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더 어려워질 가능성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자연 상태에서는 태풍이 불면 먹구름이 걷히지만 우리 경제는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며 한은의 역할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문우식 위원은 “4년간 나름대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생각했다”고 돌아본 뒤 4년간 함께한 한은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들의 바통을 이어 조동철·이일형·고승범·신인석 등 신임 금통위원 4명의 취임식은 21일 열린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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