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연구원(KIET),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등 간판급 국책연구소들이 오는 5월 동시에 수장 교체기를 맞는다. 연임이냐, 신임 원장으로 바뀌느냐를 놓고 다양한 관측이 쏟아지는 가운데 지방 이전으로 경쟁력이 떨어진 국책 싱크탱크들의 위상을 어떻게 재정립할지가 차기 원장들의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정부 및 연구계에 따르면 다음달 9일 산업연구원을 시작으로 29일 KDI·농촌경제연구원장 등의 임기가 만료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이일형 원장도 최근 한국은행 신임 금융통화위원으로 추천돼 늦어도 오는 20일까지는 사표를 낼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국책 연구기관을 총괄하는 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다음주 중 이들 연구소의 후임 원장 공모 공고를 낼 예정이다. 국책연구원장들의 임명은 유관기관의 추천을 받아 이사회에서 의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국책연구원장의 선임은 사실상 청와대의 의중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정치권이나 관료 출신이 새롭게 선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집권 후반기인데다 큰 과오가 없으면 웬만해서는 바꾸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상 연임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가장 관심을 끄는 KDI 원장에는 김준경 현 원장이 연임 의지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법에 따르면 국책연구원장은 임기 3년으로 연임이 가능하다. 김 원장의 전임인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 현정택 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한 차례 연임했다. 김 원장 외에는 KDI에서 20여년간 근무한 고영선 고용노동부 차관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산업연구원의 김도훈 원장도 연임 의지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16·17대 오상봉 원장, 18대 송병준 원장 등 내부 출신이 계속 승진해온 만큼 내부 출신 인사들이 강력한 경쟁자로 거론된다.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의 후임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내부 출신인 김준동 부원장부터 외부 인사까지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 원장의 경우 국제통화기금(IMF), 주요20개국(G20) 국제협력대사 등을 지낸 외부 출신이고 전임자인 채욱 원장은 연구원 내부 출신이다.
농촌경제연구원장은 1990년대 들어 원장이 연임된 사례가 없어 ‘뉴페이스’ 등장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전(전라남도 나주) 등의 악재로 후임자가 마땅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세균 원장의 연임 가능성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경제부처에서는 국책 연구기관의 역량이 계속 저하되는 가운데 수장까지 한꺼번에 교체돼 리더십 리스크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연구용역을 맡기려 해도 적당한 사람을 찾을 수 없어 특정인에게 일이 몰리고 있다”며 “처우개선 등을 통해 유능한 인력을 끌어오는 등 국책연구원의 위상 재정립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26개 국책연구소를 떠난 사람(정규직 연구원 기준)은 94명으로 전체의 약 4%에 달했다. 2012년부터 4년간 국책연구소 이탈자는 415명으로 전체(2,383명)의 17.4% 수준이다. 특히 KDI의 경우 최근 조동철 수석이코노미스트가 금통위원으로 빠지는 등 주요 시니어급 연구인력이 잇따라 이탈하고 있다. KDI·대외경제연구원 등에서는 세종시 이전과 함께 보고서 개수도 크게 줄었다.
자본시장연구원장도 조만간 원장직 공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신인석 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이일형 원장, 조동철 수석과 함께 금통위에 입성했다.
/세종=김정곤·이태규기자 mckid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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