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심각한 수준이다. 약 8%의 미국인이 PTSD를 경험했고, 참전 용사는 그 비율이 30%에 이른다. 하지만 PTSD는 치료가 극도로 어렵다.
그런데 최근 엑스터시로 알려진 환각제 ‘MDMA’가 이런 상황을 바꿔놓을 치료제로 부상하고 있다. MDMA는 1990년대부터 파티광들의 환각제로 악명을 떨쳤지만 최근 심리치료사들에 의해 이 약물이 공감능력을 높이는 한편, 공포심과 방어심리는 억제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정신과 의사인 마이클 미토에퍼 박사는 PTSD 치료제로서의 MDMA를 이렇게 설명한다.
“MDMA를 복용하면 고통스러웠던 사건현장에 다시 갈 수 있습니다. 당시의 고통에 압도당하지 않은 채 말입니다.”
일련의 실험 결과들은 이런 효과를 뒷받침하고 있다. 2010년의 한 연구에선 기존 치료로는 개선되지 않았던 PTSD 환자의 83%가 두 달간 MDMA 처방을 받고 증상을 극복했다. 2년 뒤 미토에퍼 박사팀의 후속연구에서도 45개월간 MDMA 처방과 심리치료를 병행한 결과, 주목할 만한 개선효과가 지속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증상이 개선된 피실험자 중에는 9/11 테러현장에 출동했던 뉴욕시 소방관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MDMA는 PTSD에만 효과적인 게 아니다. 죽을 때까지 지속되는 불안증과 알콜중독 치료 효과도 확인됐다.
더 중요한 것은 중독성도 없다. 다수의 MDMA 실험을 진행 중인 비영리연구단체 MAPS(maps.org)의 설립자 릭 도블린은 이를 놓고 완전히 새로운 약물 분야가 떠오르고 있다고 말한다.
“오는 2021년 이전에는 미 식품의약국(FDA)이 MDMA를 주류 약품에 끼워줄 겁니다. 그때는 심리치료사들이 MDMA 같은 환각제가 가득 든 가방을 들고 다닐지도 몰라요.”
520만명
작년 1년 동안 PTSD를 경험한 미국 성인의 수.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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