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교섭단체 3당은 공히 20대 총선(4월13일) 비례대표 후보 1번에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키우는 역할을 할 전문가들을 배정했다. 이는 19대 국회부터 시작된 것으로 그만큼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서울경제신문은 30일 서울 서대문구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미래 먹거리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과학기술과 ICT 신산업 육성을 위해 기초과학부터 출연연구원·산업계 등 과학기술계를 대변하는 여야 교섭단체 비례대표 1번 3인을 모시고 언론 첫 특별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처음으로 함께 만난 송희경 전 KT GIGA IoT 사업단장 전무(새누리당),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학과 교수(더불어민주당), 신용현 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국민의당)은 과학기술과 ICT 발전, 교육혁명을 위한 골든타임을 헛되이 해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알파고 쇼크가 보여준 융복합형 신산업 육성을 강조하며 △창의적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혁명과 학계·연구계의 환골탈태 △벤처 활성화를 위한 산(대·중기)학연 협조와 창업환경 조성 △창조경제 보완과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사회=고광본 정보산업부장 kbgo@sedaily.com
-최근 알파고 쇼크로 과학과 신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아직 미국·일본 등과 과학기술 격차가 크고 중국에도 밀리는 분야가 적지 않다. 국내 과학기술과 신산업의 현주소를 어떻게 평가하고 개선점은 무엇인가.
△송희경=알파고 쇼크로 인공지능이 부각되고 있지만 IBM의 왓슨 등 이미 인공지능에 대한 투자가 많이 이뤄져왔다. 세계가 저성장에 허덕이는데 구글이나 애플·아마존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기업들은 자동차 등 전통산업에 ICT를 입히고 있다. 융복합화돼 산업 영역 구분이 없어지고 있다. 이런 면에서 인프라와 같은 ICBM(사물인터넷·클라우드·빅데이터·모바일) 산업을 적극 키워야 한다. ICBM으로 융합생태계를 만들면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걱정이 있는데 창의적인 사업이 많이 생긴다. 정부는 재교육 기회를 늘려야 한다. ICBM을 키우는 데 규제가 너무 많다. 내수가 어렵고 저출산·고령화 추세에서 글로벌 창조경제를 꾀해야 한다. 지금이 마지막 남은 골든타임이다.
△신용현=한 해 과학기술에 정부가 19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그런데 예산이 효율적으로 집행되기 위해서는 그림을 제대로 그리고 투자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각 부처가 각각 정책을 세워 투자했는데 좀 더 체계적인 전략과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 기초과학 투자가 물론 중요하고 실험실의 좋은 기술을 산업 현장과 연결하는 시스템을 활성화하기 위해 전 부처가 협력해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같이 크지 못하는 상황이라 산산협력을 강화하고 기존 산업에 ICT를 잘 더해 시너지를 내야 한다. 골든타임이라는 말에 동의하며 신산업과 과학기술 육성을 위해 각성해야 한다.
△박경미=산업계가 융복합으로 재편되면서 융합형 인재가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하고 뒷받침되는 교육은 크게 변한 게 없다. 수학교육만 봐도 인터넷 검색으로 금방 알아낼 수 있는 정보를 그저 머릿속에 구겨 넣는 교육이 반복된다. 최근 코딩 교육, 소프트웨어 교육이 강조되지만 이 역시 피상적인 수준이다. 평가방식을 바꿔 창의력 있는 융합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국가 인적자원을 길러내기 위해 교육을 바꿔야 한다.
-과학기술 발전과 융복합 인재양성을 위해서는 교육혁명뿐만 아니라 학계·연구계·산업계에서도 환골탈태해야 할 것 같다.
△신용현=표준과학연구원장을 하면서 느낀 점 가운데 하나는 정부는 중소기업 연구개발을 지원하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지원을 받을 인력조차 별로 없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어렵게 연구개발을 하더라도 대기업에서 핵심 인력을 빼가는 경우도 많다. 연구인력 등이 중소기업에서 3년을 일하면 대체복무로 인정하는 사회복무제 등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대기업이 인재를 빼가는 대신 중소·벤처기업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 그러면 중소기업이 인력 풀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송희경=산업 현장에서 인력수급 불균형이 심각하다. 우수 인재가 정년이 보장되는 연구단체나 복지가 좋은 해외기업으로만 가려는 것도 봐야 한다. KT에 있을 때 경기권 5개 대학에 사물인터넷(IoT) 등 산업 직무 교육을 교육과정에 포함시켜 호응을 얻었다. 연구인력이 산업 현장, 학교와 더 밀접해져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연구개발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사례가 많다. 우리도 그런 쪽으로 지원해야 한다.
△박경미=기업 현장에서는 필요인력을 대학에서 양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지만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인력이 시기에 따라 계속 바뀌는 경향도 있다. 따라서 기초학문을 계속 육성하면서 산업계가 필요한 쪽으로 공대와 경영대 등을 키워야 한다. 대학은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고 기업은 맞춤형 직무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융복합형 산업과 인재양성은 결국 창조경제로 집약된다. 창조경제에 관한 평가와 대안은 무엇인가.
△송희경=먹거리에 대한 기반조성은 돼 있는데 창조경제의 오프라인 기반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스타트업 육성, 기술투자, 대·중소기업 매칭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창조센터의 경우 중소기업의 해외진출 사례를 늘리는 기반이 될 것이다. 정권에 상관없이 지속돼야 한다. 특히 남북통일을 대비한 창조경제를 추진해야 한다. 통일시대를 준비하며 물류, 동북아 허브, 유라시아 환경 등이 어떻게 될지 민관 합동으로 예측하고 준비해야 한다.
△신용현=창조경제의 핵심은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빠른 추격자)’에서 ‘퍼스트무버(first mover·선도자)’로 가는 데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소프트웨어 파워를 키워야 한다. 정부는 미래를 예측하고 전략을 잘 짜서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가령 드론이 처음 나왔을 때 인증, 시험평가 테스트 등의 기준을 빨리 만들어야 기업에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다. 정부가 미리 좋은 규제를 갖추지 못하면 외국에 시장을 뺏기게 된다.
△박경미=창조경제혁신센터의 역할이 분명하지 않고 결과물도 확실하지 않다. 창조경제 개념에 대해서도 분명하지 않다. 물론 벤처기업 투자를 활성화하는 데는 적극 공감한다. 창업을 장려하고 엔젤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들이 필요하다. 정부가 풀뿌리 연구비를 소외그룹에 골고루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창업 후 자리를 잡기까지 3~7년이 고비인데 이를 이겨낼 수 있는 정부의 다각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
-과학기술계와 ICT계를 대표해 국회 입성 시 어떤 활동을 준비하고 있나.
△송희경=많은 국민이 우리 과학기술 수준을 걱정하지만 세계적으로 우수한 인프라 등 희망을 가질 부분도 충분히 있다. 지난해 KAIST에서 개발한 로봇 ‘휴보’가 세계 재난수습 로봇 대회에서 1등을 했는데 놀라운 성과다. 이제 과학기술과 ICT계가 뛰는 데 필요한 제도와 정책을 정부와 정치인, 선배 기업가가 구축해줘야 하며 그 통로를 여는 일을 국회에서 하겠다. 실리콘밸리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이 국가과학위원회가 선도하고 샤오미와 화웨이 등 IT 기업들이 약진하는 게 놀랍지 않은가.
△신용현=해법 중 하나는 글로벌화다. 동남아 등 다른 국가의 우수 인재들이 한국에 와서 연구개발을 하고 싶어하는 경우들이 많다. 우수 인력이 한국에서 유입돼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국가의 장래를 희망적으로 보지만 지금 잘못하면 자칫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국회에서는 과학기술계를 적극 대변하면서 공익을 위해 일하겠다.
△박경미=빅데이터 시대에 수학적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교육 전문가로서 이에 맞는 의정활동을 하려고 한다.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토대인 수학적 사고 능력이 더 중요해졌지만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은 계속 늘고 있다. 정부가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보장해 수준을 끌어올리는 일을 하는 게 목표다.
/정리=김지영·이종호기자 jikim@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송희경 새누리당 비례대표 1번
△1964년 △이화여대 전자계산학과 학사,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경영학석사 △KT 공공고객본부장, 평창동계올림픽지원단장, 소프트웨어개발센터장, GiGA IoT 사업단장(전무)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1번
△1965년 △서울대 수학교육학과 학사, 미국 일리노이대 수학교육학박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PISA 수학전문위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책임연구원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
신용현 국민의당 비례대표 1번
△1961년 △연세대 물리학과 학·석사, 충남대 물리학과 이학박사 △KAIST 비상임이사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략기술연구본부장,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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