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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현장에선] 프리미엄 김밥시장 "이름값이 다했잖아요"

브랜드·마케팅이 구매 결정요인… 상품력 뒷받쳐줘야 충성고객 ↑

최근 한 외식 컨설팅 업체가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외식 브랜드 대표·컨설팅 전문가 등 업계 전문가 5명에게 국내 유명 김밥 브랜드에 대한 블라인드 테스트를 요청한 것. 브랜드명을 숨긴 채 국내 대표 프리미엄 김밥 업체 5곳의 기본 김밥을 오로지 맛으로만 평가하게 했다. 2차 시식 때 역시 브랜드명은 숨기고 가격만 공개해 가성비 평가를 병행했다.

테스트 이후 업체가 내린 결론은 프리미엄 김밥 시장에서 상품의 품질보다는 브랜드와 마케팅이 주요 구매 결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우선 맛으로만 평가한 1차 시식에서 평가단은 품질보다는 특정 채소나 속 재료의 굵기 등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김밥 속 재료를 굵게 썬 것보다 얇게 썬 것을 좋아했고, 김밥 내용물이 다양할수록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평가단은 속 재료가 푸짐하게 들어 있는 K사의 김밥과 우엉과 장아찌로 풍미를 높인 Y사의 김밥이 가장 맛이 좋다고 평가했다. R사 김밥은 현미라는 키워드로 밥에 차별화 요소를 뒀지만 마케팅 효과를 없애자 평가단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했다.



2차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는 다섯 가지 김밥의 가격이 공개됐다. 참가자 모두 높은 가격에 불만을 보였다. 브랜드 이미지에서 벗어나 상품과 가격만 생각하고 먹어보니 냉정한 평가가 이루어진 것이다. 가장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보유한 K 김밥처럼 높은 가격만큼 좋은 평가를 받은 제품도 있었다. 하지만 S사와 B사 김밥은 가격에 비해 상품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주된 의견이었다. 브랜드 파워를 제외한다면 상품력에서는 프리미엄이라 보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결론인 셈이다.

평가단은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를 종합, 현재 국내 프리미엄 김밥 시장에서 상품 품질보다 브랜드와 마케팅이 주요 구매 결정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결론 냈다. 김원빈 씽크탱크 외식컨설팅 대표는 "상품력을 고려하지 않은 프리미엄 콘셉트 설정만으로 고객 충성도를 장기간 유지할 수 없다"며 "프리미엄 마케팅을 통해 '가치 소비'를 이끌어 내려면 먼저 상품력을 기반으로 명확한 가격 기준점을 형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희철기자 hcsh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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