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가 부상하면서 화두로 떠오른 범용인공지능(AGI)과 ‘데이터기술(DT)’에 관심이 모아진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직관적 영역에도 걸음마 수준이나마 근접했다면서도 스스로 규칙을 찾아 습득하고 판단하는 수준에 이르려면 먼 길을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알파고가 협의의 인공지능라면 AGI는 다양한 분야에서 보편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광의의 인공지능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자연현상 분석, 교육 및 보안 서비스 제공 등 보편적이고 이질적인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작동할 수 있다. AGI 연구는 이미 반세기를 넘어섰으나 근래까지도 진척을 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옥스포드대학의 과학자인 데이비드 도이치 교수는 “AGI 분야는 지난 60여년간 발전이 없었다”는 극단적인 비판을 수년 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보다 낙관적인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컴퓨터 등 하드웨어의 성능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고차원의 기계적 지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물리적 기반이 갖춰지고 인간 두뇌의 비밀이 최근 신경학계 등 과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속속 밝혀지면서 지능 혹은 지성을 인위적으로 창조할 수 있는 알고리즘 개발에도 속도가 붙게 된 것이다. 이미 구글은 알파고 이외에 추상화를 그릴 수 있는 AI를 개발하는 수준에 이르렀으며 미국 예일대는 음계를 조합해 작곡을 하는 AI인 ‘쿨리타’를 개발, 충격을 주기도 했다. 물론 아직은 복합적인 영역에서 인간처럼 고도의 복잡한 추론과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지능에 다다르려면 수십 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미국 ‘미래인간연구소’가 최근 개최한 과학 컨퍼런스에서는 참석자의 약 50%가 오는 2050년께야 AGI가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을 정도다.
물론 AGI가 초기·중간 단계 수준이라도 시범·상용 서비스에 이용된다면 경제적·산업적 여파는 지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전자업계의 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해외에서도 AGI 연구가 상용화 단계에 이른 사례는 없는 것 같다”면서도 “최소한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기초적인 데이터와 기술·하드웨어는 갖춰져 있으므로 10년 내에는 제한적이나마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AI에 대한 스포트라이트는 ‘데이터 분석’ 전성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대안을 제시, 인간의 판단을 돕거나 또는 아예 대신할 수 있는 시대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중국 정보기술(IT) ‘공룡’인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회장은 현지에서 열린 한 빅데이터 산업 설명회에서 “세상은 지금 IT 시대에서 DT(Data Technology) 시대로 가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DT는 소셜(Social) 미디어 기술과 모빌리티(Mobility) 기술, 분석(Analytics) 기술, 클라우드(Cloud) 기술의 조합을 통해 구현될 수 있다. 이들 네 가지 기술의 영문 앞머리를 따 ‘SMAC’로 통칭하기도 한다. 인간과 인간 사이나 인간과 사회 관계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정보통신기술(ICT)로 연결되거나 한 곳에 모이게끔 하고 이를 분석해 기업이라면 최적의 경영 판단을 내리게 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기 같은 모바일 기기가 준 ‘이동성’은 때와 시간·장소를 가리지 않고 분석 결과를 받아볼 수 있게 한다. 여기에 컴퓨팅 능력이 월등히 높아진 AI가 결합하면 분석 질이 향상된다. 고광범 액센츄어코리아 디지털그룹 전무는 “데이터 분석 기반의 AI는 콜센터 직원을 대신하는 등 간단한 업무는 이미 대체하고 있다”며 “점차 고도의 업무 영역에서도 인간의 판단이 데이터 분석에 기대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분석은 현재 ICT 서비스의 핵심 원리이기도 하다. 사물과 사물, 기계를 서로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의 궁극적인 지향점 역시 데이터 분석을 통한 효율적인 자원배분이다. 온·오프라인 연계(O2O), 금융과 IT의 결합인 핀테크(fintech) 모두 데이터 분석을 통한 맞춤형 정보제공에 초점을 두고 있다. 유성완 미래창조과학부 융합신산업과장은 “아직은 산재한 데이터를 모으는 단계로 데이터 분석의 보편화는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기술 융복합으로 데이터 분석의 힘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병권·조양준기자 newsroo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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