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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그룹이 국민은행 본점 통합을 위해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국토정보공사(옛 대한지적공사) 부지를 매입해 본점 통합 사옥을 신축한다.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장기신용은행 합병 이후 뿔뿔이 흩어져 있던 은행의 각 본부들을 동여의도 안에 모으고 인근에 위치한 KB금융 계열사들과의 시너지를 높여 삼성그룹의 '서초 타운'처럼 KB금융의 '여의도 타운' 시대를 여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7일 은행 본점 통합을 위해 한국국토정보공사 여의도 부지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이 부지는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인근에 위치하는 곳으로 대지면적은 4,727㎡ 규모다. KB국민은행은 이 부지에 2020년까지 연면적 약 5만6,000㎡ 규모의 건물을 신축해 본점 통합 사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대형은행들의 합병으로 탄생한 국민은행은 지난 2001년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 이후 지금까지 제대로 된 통합 사옥을 갖지 못했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의 본점은 현재 명동 본점, 여의도 본점, 세우회 본점(여의도) 등 세 곳에서 흩어져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본부 부서들 간 거리감이 크다 보니 효율적인 업무 협조가 이뤄지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 운영 중인 여의도 본점 인근에 본점 통합 사옥이 신축되면서 명동 옛 국민은행 본점에 있는 기업금융 관련 부서들과 여의도 세우회 빌딩에 있는 자산관리(WM) 관련 부서 등이 모두 들어올 수 있다. 대형 건물을 지어 모든 국민은행 본부와 KB금융 계열사들을 밀집시키는 형태는 아니지만 동여의도라는 하나의 공간 아래 은행의 본부 부서들을 모두 모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지난해 말 KB생명보험과 KB투자증권이 여의도 증권가에 위치한 KB금융투자타워로 이전을 한데다 KB자산운용도 인근에 위치해 은행 통합 본점이 신축될 경우 여의도에 KB금융타운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본점 통합 사옥 신축은 효율성을 중시하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KB금융은 통합 사옥이 없다 보니 그간 부동산 시장에 대형 빌딩 매물이 나올 때마다 주요 인수 후보로 거론돼왔다. 하지만 윤 회장은 대형 부지를 매입해 전계열사가 들어서는 통합 건물을 짓는 대신 은행 본부와 계열사들을 접근성이 뛰어난 하나의 입지에 모아 KB금융타운을 형성하는 묘수를 보여줬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명동과 여의도를 오가며 회의를 하던 비효율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여의도에 은행 본점 통합 사옥이 신축되면 현재 명동 본점은 다른 방식으로 활용되거나 매각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명동 본점은 윤 회장 취임 전만 해도 KB금융지주 건물로 활용되던 곳이었으나 윤 회장이 취임과 함께 지주를 여의도로 옮기면서 현재는 은행의 기업금융이나 투자금융(IB) 담당 부서들이 밀집해 있다. 국민은행 측은 "불투명한 경제 상황 및 국내외 금융기관의 사옥 마련 추이를 고려할 때 단일 건물로의 전계열사 통합보다는 미래 상황 변화에 대처가 용이한 타운형 통합 본점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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