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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전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사옥 1층은 긴장감이 맴돌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정의선 부회장 등 10여명을 데리고 친환경 전용차 '아이오닉'을 점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차량 주변을 돌며 앞과 뒤를 꼼꼼히 살폈고 디자인에 대해 일일이 훈수를 둔 뒤 차량 앞문과 뒷문을 열어보고 직접 운전석과 뒷좌석에 타 차량에 대해 평가했다. 정 회장이 차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정 부회장이 대답하고 설명하는 모습은 15분 가까이 이어졌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친환경차 사업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정 회장이 직접 나서 친환경 전용차 아이오닉을 점검하는 등 관련 사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심장으로 불리는 남양연구소와 마북연구소는 친환경차 인력과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2020년 친환경차 세계 2위 목표 달성을 위해 전략을 강화해나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본사 1층에 전시된 차량을 살펴본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했다. 아이오닉이 제네시스 EQ900처럼 현대차의 경영 전략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연구소가 아닌 공개된 장소에서 아이오닉을 점검했다는 것은 그룹사 전체에 친 환경차 사업을 강화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며 "친환경차 사업 부문이 고급차 제네시스만큼 회사 경영에 있어 중요해졌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오는 2020년까지 현재 7종인 친환경차를 22종까지 확대해 친환경차 세계 2위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2020·22·2' 전략을 밝힌 바 있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올해 1월 친환경차 전용 모델인 아이오닉을 선보였고 기아차는 3월 첫 소형 하이브리드 SUV인 '니로'를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친환경차 관련 인력을 적극 영입하고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 남양연구소는 이달 친환경차 엔진제어기 성능개발 부문에 대한 경력직 채용을 실시했다. 친환경차 엔진 제어기 개발 및 국가별 배출가스 규제에 대응하고 관련 기술을 연구하는 부문이다. 수소차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현대차 마북연구소는 최근 경력직 채용 확대는 물론 하나로 붙어 있던 사업 부문을 세부 사업부로 쪼개 조직을 키우고 있다. 현대차그룹인 현대제철 역시 자동차경량화기술부문 인재 영입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아이오닉이 출시된 지 한 달 정도 된 시점에서 차량을 점검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제네시스 EQ900 등 현대차그룹이 내놓는 주요 차량은 정 회장이 직접 연구소 등을 방문해 꼼꼼히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 아이오닉은 정 부회장이 개발 및 상품 출시에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말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발표회에도 직접 나와 브랜드를 소개하고 설명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비 및 배출가스에 대한 각국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제시한 제네시스 등 고급 대형차의 성공을 위해서는 동시에 친환경차 개발도 강화해 평균 연비 수준을 맞춰야 한다"며 "고급 브랜드와 친환경차 등 현대차 미래 먹거리에 있어 정 부회장의 역할도 점점 커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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