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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며 수출이 급감하는 등 해외시장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주요 그룹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이 설 연휴에도 해외로 나간다.
이들 기업 수뇌부들은 국내 사업장들이 문을 닫는 동안 해외 현장을 직접 챙기는 한편 주요 고객사 및 투자자들과 만나 경영 전반에 대해 설명할 계획이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오는 1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기업설명회(IR)에 참여하기 위해 연휴 직후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투자가들을 직접 만나 올해 연결기준 첫 적자를 기록한 이유와 부채비율을 대폭 낮춘 결실 등을 소개하며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재무제표는 악화했지만 체질은 오히려 개선됐다는 점을 집중 설명할 계획이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연휴 기간 동남아로 출장을 떠나 현지 고객사들과 미팅을 가질 예정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말 잠재 부실을 대거 털어내며 올해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건설 부문에서 우량 해외사업 수주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은 중동과 미주·유럽 등지의 해외 공사현장과 현지법인 방문에 나선다. 현대중공업 경영진은 매년 명절에 해외를 찾아 직원들을 격려하고 공사 진행상황을 살펴왔다. 최 회장은 해외 영업 전문가로 올해는 지난 2년간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로 돌아서기 위해 해외 발주사들과의 관계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안살림을 맡고 있는 권오갑 사장은 울산에서 현안을 점검하고 연휴 기간 출근하는 직원들을 챙긴다.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은 설 연휴를 반납하고 미국 디트로이트 GM 본사로 출장을 떠난다. 지난달 한국GM에서 전 차종 판매실적이 하락하며 전년 대비 21.7%나 판매량이 줄어들며 위기감이 높아진 탓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연휴를 반납하고 해외 출장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 전장사업과 에너지 등 신성장 사업과 관련해 투자자 및 고객사 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자택에서 머무는 총수들도 쉬지는 못할 듯하다. 어느 해보다 긴장감 높은 설 연휴를 맞고 있다.
신정을 쇠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올해 설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경영구상에 집중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판매대수를 확대하는 양적 성장 대신 제네시스 브랜드 확대 등 내실 다지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역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와 디트로이트 모터쇼, 인도 방문 등 릴레이 출장을 마치고 이번 설을 국내에서 보낸다.
역시 신정을 쇠는 구본무 LG그룹 회장 역시 특별한 외부 일정 없이 한남동 자택에서 경영구상에 전념한다. 구 회장은 최근 LG그룹 글로벌 CEO 회의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어조로 위기의식을 강조하며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사업구조를 고도화해달라고 주문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설 연휴 기간 동안 국내에 머무르며 경영전략을 구상할 계획이다. 그는 최근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등 계열사 CEO들과 면담하며 "게임의 룰을 바꿀 파괴적 혁신 방안을 폭넓게 고민해보라"며 과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명절 기간 서울 가회동 자택에서 휴식하며 경영구상에 나설 예정이다.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김동원 한화생명 전사혁신실 부실장, 김동선 한화건설 과장 등 김 회장의 세 아들도 연휴 기간 동안 가회동을 찾아 그룹 경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6일부터 이틀 동안 강원도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리는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스키월드컵 행사에 참석하는 일정 외에는 가족들과 명절을 함께할 예정이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정선 스키월드컵 행사에 참석해 대회 시설과 준비사항 등을 점검한다. 조 회장은 최근 회사경영 외에도 올림픽 준비에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머물며 경영구상에 전념한다./서일범·유주희·임진혁·박재원기자 squiz@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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