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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칼럼] 신체·정신적 증상동반 '명절증후군'… 따뜻한 말 한마디로 예방하세요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건강면, 칼럼 사진>

민족 최대 명절인 설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평소 떨어져 지내던 가족과 친척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쁨에, 반가운 동향의 친구들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은 벌써 고향으로 달려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명절이 모두에게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주부와 실직자, 혼기를 넘긴 아들딸에게는 정서적·육체적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스트레스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신체적·정신적 증상을 '명절증후군'이라고 칭한다. 신체적으로는 소화가 안 되거나 구역감, 식욕 저하 등의 소화기계 증상이나 두통과 어지러움 등의 신경계 증상이 나타나고 불안·두근거림·답답함·불면·초조·걱정·무기력감 등의 정신과적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여성들의 경우 과도한 가사노동으로 인한 피로감과 우울감 등을 겪을 수 있다. 특히 사회적으로 평등한 대우를 받던 직장여성들의 경우 가사노동을 편중되게 담당하면 불쾌감과 좌절감 등을 느낄 수도 있다. 또 문화적으로나 계층적으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던 친척들과 같이 어울리게 되면서 정치·경제·문화적 대화의 소재나 관심사를 공유하기 어려운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아울러 경제적인 어려움에 가족 내의 재산 분배나 경제적 도움 등이 중요한 이슈가 되면서 첨예한 갈등이 드러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평소 맘속에 담아두기만 하던 상대에 대한 불만들이 폭발하게 되고 명절 자체가 서로에게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불경기와 사회적 긴장감 등으로 모두가 예민해져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가족 간의 갈등이 증가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따라서 명절증후군을 예방하려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귀향길에 나서는 것이 좋다. 우선 가족·친지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무심코 던진 말이 듣는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상대가 상처받지 않도록 서로 간의 입장을 배려하면서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심코 덕담으로 건넨 '누구는 대기업에 취직했다더라' '아직도 취직 못했니?' '결혼은 언제 하니?' 같은 말들이 상대방의 기분을 언짢게 해 결국 부메랑처럼 격한 표현으로 돌아올 수 있다.



장시간 운전하는 남편, 음식 장만하느라 고생하는 아내에게 '수고했어' '고마워'라는 말을 수시로 해주면 더욱 좋다.

이전부터 있었던 가족 사이의 갈등에 대해서는 명절 기간만이라도 가급적 언급하지 않고 명절 이후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도록 미루는 것이 좋다. 대신 지난 1년간 좋았던 일을 같이 축하하고 어려웠던 일을 같이 위로하면서 시간을 보내도록 하자.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덕담으로 새해 첫날을 시작했다. 새해 첫날 좋은 음식을 배부르게 먹으면 일 년 내내 배부르고, 복을 빌고 좋은 말을 많이 하고 들으면 일 년 내내 그러하다고 했으니 '긍정적인 마인드가 행복한 상황을 끌어당긴다'는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하겠다. 서로의 단점과 허물을 들춰내기보다는 장점과 자랑스러운 면을 세심하게 챙겨주는 명절이 되기를 기원한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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