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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자동차 업체들의 판매가 급감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개별소비세 인하 등의 여파에 해외에서 신흥시장 판매가 내리막길을 걷는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올해 주요 업체들이 이렇다 할 인기 신차 출시를 계획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 불황을 내수 시장 판매로 극복했던 업체들에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일 현대차와 기아차 등 5개사는 지난 1월 국내외 시장에서 총 62만6,315대를 팔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8%(9만1,715대) 줄어든 수준이다. 업체별로는 기아차의 감소 폭이 15.4%로 가장 컸고 현대차(-12.5%), 르노삼성(-10.5%), 한국GM(-4.6%), 쌍용차(-2.3%)가 뒤를 이었다.
국내 판매량은 10만6,308대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4.9%(5,302대)가 줄며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내수 경기가 위축됐던 2013년 1월(10만4,978대) 이후 3년 만에 가장 적은 양을 기록했다. 1월 내수 판매량은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증가해왔다.
업체별로는 르노삼성자동차의 1월 판매량은 2,101대로 63.4% 급감했고 한국GM(9,279대)은 21.7% 줄었다. 쌍용차(-3.6%)와 현대차(-1.1%) 역시 판매량이 소폭 감소했다. 특히 '임팔라' '티볼리' 'QM3' 등 지난해 인기를 끌며 각 업체의 내수 판매를 이끈 주요 차종 판매량이 전월과 비교하면 38~79% 급감했다. 기아차만 유일하게 신형 '스포티지' 등 스포츠유틸리티(SUV) 인기에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4.6% 늘었다. 국내 자동차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승용차 판매가 줄어 불황의 지표로 평가받는 현대차의 소형트럭 포터가 가장 많이 팔린 차종에 오르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1월은 자동차 업체들에 전통적인 비수기로 평가 받는다. 연말 판매량을 확대하기 위해 각종 할인 혜택을 집중한 후 쉬어가는 달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이달 실적은 각 업체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나쁜 상황이다. 특히 경기 침체 여파로 수출이 큰 폭으로 줄었고 내수 시장에서는 개별소비세(5%→3.5%) 인하 혜택 종료 직격탄을 맞았다. 한 업체 관계자는 "수출은 어느 정도 예상을 했지만 내수는 개소세 인하 종료 이후에도 판매량을 유지하기 위해 할인 혜택을 제공했음에도 판매량이 줄어든 게 더 문제"라고 말했다.
문제는 각 업체별로 올해 어려운 한해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올해 일본 정부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며 엔화 가치를 낮게 유지하고 있고 유로화 가치도 약세를 이어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내수 시장에서는 지난해와 달리 이렇다 할 볼륨 모델 신차가 없다. 지난해 현대차는 7종의 엔진을 얹은 쏘나타와 신형 아반떼를 출시했다. 기아차는 소형 SUV 스포티지 등을 선보였다. 한국GM은 준대형차 임팔라를, 쌍용차는 티볼리를 통해 재미를 봤다. 하지만 올해 각 업체들은 판매량이 많지 않은 친환경차나 준대형차, 고급형 세단 등에 집중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에 이어 전기차와 PHEV 모델을 선보인다. 기아차는 신형 K7, 쌍용차는 티볼리 롱보디 모델 등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늘어난 내수 판매 덕에 글로벌 판매 감소를 극복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각 업체별로 수익성이 썩 좋지 않은 상황인 점 역시 어려움이 될 수 있다"며 "엔화와 유로화 가치 하락으로 해외에서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라 내수 판매까지 줄면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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