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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획재정부에서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드레스 코드(dress code)'가 화제입니다. 부총리 지명 이후부터 최근까지 거의 모든 공식 석상에서 흰 셔츠에 붉은색 넥타이를 매치했기 때문입니다.
유 부총리는 지난해 12월21일 지명 직후 국회 집무실에서 기자들을 만날 때 흰 셔츠에 강렬한 빨간색 넥타이 차림이었습니다. 두 번째 공식 석상은 1월11일 국회 인사청문회. 역시 새하얀 셔츠에 붉은색 넥타이를 맸고 이틀 후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고 세종청사에서 취임식을 할 때도 같은 차림이었습니다. 곧 이어진 14일 대통령 신년 업무 보고 및 브리핑, 16일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립총회, 19일과 26일 국무회의 등 넥타이가 새빨간 색에서 자줏빛으로 톤만 바뀌었을 뿐 전체 드레스 코드는 같았습니다. 취임 후 총 13번의 공식 석상에서 여덟 번이 비슷한 차림입니다.
기재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오늘도 흰 셔츠에 빨간 넥타이를 맸더라" "오늘도? 벌써 몇 번째야?"라는 말이 오가고 있습니다. 처음 몇 번은 그저 '원래 빨간색을 좋아하나 보다' 또는 '빨간색 넥타이가 많은가 보다'하는 분위기였지만 연달아 같은 모습으로 등장하자 의도적인 드레스 코드가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취임 이후 "본인만의 정책이 없어 무색무취하다" "강단이 없는 유(柔)한 성향" "순둥이"라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자 강렬하고 진취적인 느낌을 주는 붉은색 넥타이를 통해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유 부총리는 평소 쓰던 무테 안경도 "유약한 이미지를 준다"는 기재부 실무진 조언에 따라 인사청문회를 기점으로 짙은 색 금속 테로 바꿨습니다.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최근 기재부 홈페이지에 '열린 장관실' 코너도 새롭게 열었습니다. 동정은 물론 부총리와의 대화 코너 등이 담겼습니다. 홈페이지 내에 유 경제부총리만의 미니 홈페이지를 추가로 만드는 것으로 최경환 전 부총리 때도 없던 것입니다.
유 부총리가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옷차림 등 외모에 신경을 쓰는 모습은 나쁘지 않습니다. 문제는 실전입니다. 붉은색이 주는 이미지처럼 진취적이고 강단 있는 모습으로 숱한 난제를 풀어갈 수 있을지 관심입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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