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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택 가격은 가계소득에 비해 너무 비싸 지속될 수 없는 수준입니다. 부동산 시장에 자금공급이 끊기는 '서든스톱'이 발생할 경우 중국 경제에 내부 쇼크를 일으킬 것입니다."(팡한밍 미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교수)
"빈집이 늘어나고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중국 경기가 둔화되지 않더라도 공급과잉의 후유증으로 일부 지역의 가격이 하락할 위험이 매우 큽니다." (덩용헝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중국 제조업 냉각, 위안화 가치 절하 등 중국발 쇼크로 연초부터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올해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는 중국 부동산 거품이 또 다른 위기의 뇌관이라는 경고가 쏟아졌다. 주택시장이 붕괴하면 경착륙 우려에 시달리는 중국 경제에 타격을 가한 뒤 글로벌 경제로 위기가 전염될 수 있다는 것이다.
팡한밍 교수는 "중국 집값 상승률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전인) 지난 2000년대 미국 주택 버블 때보다 높고 (자산가격 급락에 '잃어버린 20년'을 불러왔던) 1980년대 일본과 비슷하다"고 우려했다. 팡 교수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베이징ㆍ상하이ㆍ광저우ㆍ선전 등 4대 도시의 집값은 연평균 13.1%, 다음으로 큰 31개 도시는 10.5%, 그다음 85개 도시는 7.9% 급등했다.
물론 규제조치나 소득상승이 뒷받침되지 않았던 미국ㆍ일본과는 사정이 다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중국은 주택대출에 30% 이상의 계약금을 부과하고 있고 지난 10년간 중국 가계소득이 매년 9%씩 늘었다. 문제는 공급이 넘쳐나는 가운데 추가 상승 기대감으로 투기수요가 가세하면서 집값 상승률이 경제성장과 소득증가 속도보다 가파르다는 점이다.
중국 주요 120개 도시의 집값은 연간 가계 가처분소득의 최소 8배에 이른다. 주택담보대출 이자 상환에만 연소득의 30%가 필요한 실정이다. 팡 교수는 "앞으로 성장률 둔화에 가계 가처분소득 증가율이 하락할 것"이라며 "집값 상승 기대감이 꺾일 경우 자금유입이 중단되면서 각종 파산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소득 하위 30%의 저소득층 대출이 숨겨진 리스크라는 게 팡 교수의 우려다.
이미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는 지적도 속출했다. 덩용헝 교수는 "35개 주요 도시를 분석한 결과 최근 거래량이 절반으로 줄었고 빈집은 2014년 말 현재 전체의 7.8%로 추정된다"며 "공급과 수요 간의 불균형이 가장 큰 리스크"라고 말했다. 그는 "청두·충칭 등 일부 지역은 공급이 수요의 두 배에 달하는 등 주택시장이 도전에 직면했다"며 "심지어 베이징 등 수요가 탄탄한 지역도 위험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천카이지 에머리대 교수도 "투기수요가 줄면 수요감소로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가격 인하, 농민 이주민 증가, 부동산 관련 세금 인하 등의 정책을 펴고 있지만 금융 불안정과 시스템 리스크를 불러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부동산 거품이 꺼질 경우 지방정부의 재정파산이 속출하고 부채폭탄이 터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말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도 '지방정부 채무 잔액은 15조4,000억위안으로 일부는 파산위기에 처하면서 이자조차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허지궈 시카고대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앙정부가 4조위안 규모는 경기부양 프로젝트를 실행했지만 1조2,000억위안을 제외한 나머지는 지방정부가 부담했다"며 "중앙정부가 채권지급을 보증하지만 일부 지방의 조달금리가 오르는 등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시진핑 정부의 부패척결 사정권에 든 지방정부의 채권이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바이제 조지타운대 교수는 "중국 지방정부는 주로 부동산 매각이나 산하 금융기관을 통해 부동산ㆍ인프라투자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며 "중국 지방채는 부동산, 정치 리스크, 시장왜곡의 결합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시장 과열이 중국 기업의 활력마저 떨어뜨린다는 분석도 나왔다. 천 교수는 "생산성이 높고 기술집약적인 민간기업마저 연구개발보다 부동산에 자본을 투입하며 주택 거품을 증가시키고 있다"며 "민간의 혁신활동이 줄면서 미래의 성장과 소비를 후퇴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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