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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어드바이저 등을 활용해 자산 5,000만~1억원 이하 중산층 고객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프라이빗 뱅킹(PB)서비스의 문턱을 확 낮출 계획입니다." 지난해 매각이슈로 어수선한 가운데서도 5년 만에 최고의 실적을 올린 현대증권이 새해 투자은행(IB) 강화와 자산관리(WM) 부문 특화를 통해 명가재건에 나선다. 윤경은(54) 현대증권 사장은 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매각 이슈 등으로 상당기간 보수적인 경영할 수밖에 없었음에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며 "어려운 고비 때마다 임직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잘 극복해온 결과로 올해에도 제대로 경쟁해서 좋은 성과를 일궈 낼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지난해 4·4분기 실적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현대증권이 지난해 약 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최근 5년간 가장 좋은 성과다. 특히 증권사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 대비 수익률(ROE)의 증가 폭이 대형 증권사 중 가장 크다. 증권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이 추정한 지난해 현대증권의 ROE는 7.43%로 전년의 1.26%보다 6% 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수익 개선의 일등 공신은 IB로 전체 수익 가운데 40%가 이 부문에서 발생했다. 윤 사장은 2012년 10월 사장 취임 후 해외부동산 투자 등 IB 강화에 역점을 뒀다. 일본 '이온 쇼핑몰', '요츠야 빌딩', 영국 런던 '워터사이드 오피스빌딩', 미국 '워싱턴DC 빌딩', 독일 'DHL 물류창고' 등 해외 부동산을 잇따라 사들였다. 해외 부동산 투자에 당시엔 노조는 물론 금융당국까지 우려를 나타냈지만, 지금은 현대증권이 다른 증권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투자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윤 사장은 "지난해 이온 쇼핑몰 매각으로 투자원금 대비 40%가 넘는 수익을 거뒀고 매각 협상 중인 요츠야 빌딩도 높은 수익이 예상된다"며 "이들 해외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신용 보강을 거쳐 출시한 '케이-파이 글로벌(K-FI Global)'의 청약 경쟁률이 9대1을 넘을 만큼 인기 있는 상품이 됐다"고 말했다.
현대증권은 IB 부문을 더욱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윤 사장은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 높은 성과를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량하고 안정적인 임차인 조건, 10년 이상의 임차기간, 연평균 7~8%의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하는 현대증권만의 뚜렷한 투자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부동산 투자에서 트랙 레코드가 쌓이면서 좋은 딜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주요 해외IB들과 연계해서 부동산 등 해외 대체투자를 더욱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이외의 대체투자 부문 비중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초 캐피탈 마켓 부문 내 신설된 대체투자(AI) 본부를 중심으로 차익거래, 메자닌투자 등 다양한 매매전략을 통한 대체투자 수익 기반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자산관리(WM) 부문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인공지능자산관리서비스)를 활용해 고객 저변을 넓혀 나갈 방침이다. 윤 사증은 "그동안 금융권의 프라이빗뱅크(PB) 서비스는 고액 자산가 위주였지만, 현대증권은 PB서비스의 문턱을 확 낮춰 자산 5,000만~1억원 이하 중산층 고객에게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산층 이하 고객은 자산관리 개념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고 스스로 자산을 공개하거나 상담받는 것을 쑥스러워한다"며 "현대증권은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해 고객이 PB를 직접 만나지 않아도 인터넷 상에서 자신의 자산 내역과 투자성향 등을 입력하면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인터넷은행이 출범하는 올 6월 출시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증권이 인터넷은행(K-뱅크)의 3대주주로 참여한 것도 불특정 다수의 고객에게 현대증권만의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 확보에 나설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K-뱅크 고객에게 증권 및 전문 금융투자상품을 원스톱으로 거래 및 관리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추후에는 일본 인터넷 은행 사례에서도 볼 수 있었던 증권 · 은행 하이브리드 계좌와 같은 공동상품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해외진출에 대해서는 아시아지역에 합작법인 형태로 진출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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