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권사들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도입되고 KDB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통합으로 초대형 증권사가 탄생하는 등 경영 환경의 격변에 대응하기 위해 새해 경영전략으로 '고객 수익률 극대화'를 내세우고 있다. 기존의 수수료 기반 천수답식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고객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 제공 역량을 갖추지 못할 경우 더 이상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3일 서울경제신문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올해 사업계획 현황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증권사가 고객 수익률 중심의 경영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들이 새해 사업계획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키워드 역시 고객 수익률이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사업계획에서 고객 중심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해 '고객 신뢰 회복'과 '자산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NH투자증권은 새해부터 기존의 자산관리 대표 브랜드인 '옥토'를 10년 만에 정리하고 고객 성향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투자 솔루션을 제공하는 '큐브(QV)'를 출시했다.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증권산업의 근본적 위기는 시장의 불황이 아니라 고객 신뢰의 상실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며 "고객 관점에서 모든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제도와 시스템을 혁신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사업계획을 통해 고객 수익률을 최우선으로 하는 일류 '자산운용 리더'를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이에 맞춰 하나금투는 기존의 자산관리(WM)와 투자은행(IB)을 결합한 차별화된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하나금투 관계자는 "기존의 단순한 상품으로는 다양해진 고객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고객 수익률을 높이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수익률과 안정성이 높지만 만기가 길고 규모가 커 일반 개인이 참여하기 어려웠던 IB 상품을 구조화해 개인 고객에게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도 고객 수익률 제고와 고객 자산의 리스크 관리 강화를 새해 사업계획의 주요 실천전략으로 정했다.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신년사에서도 "한 차원 높은 사후 관리와 리밸런싱(자산재분배), 리스크 관리 등으로 어떠한 시장 환경에서도 고객 수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갖춰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고객 수익률과 연동한 직원평가제도를 도입한 데 이어 새해에도 고객 자산 관리에 집중하는 경영전략을 더욱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하며 국내 최대 증권사로 거듭나게 된 미래에셋증권도 국내외 간접투자상품 위주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해외 직접 투자로까지 확대해 고객들의 자산 수익률을 더욱 끌어올릴 계획이다.
WM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도 활발하다. 삼성증권은 최근 금융자산 30억원 이상 고객의 전담 사업부를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재편하는 한편 세분화된 고객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맞춤형 자산관리 영업 채널을 도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고객자산운용담당을 고객자산운용본부로 격상시켰고 NH투자증권도 기존에 WM사업부에 있던 영업지원본부와 상품총괄부에 있던 상품전략본부를 하나로 통합해 WM전략본부를 신설했다.
증권사들의 이 같은 변신은 주식시장 침체와도 직결돼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만 11조원을 넘어섰던 일평균 증시 거래대금은 지난해 말 7조원대로 급감했고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의 개인투자자 비중도 60.2%에서 52.9%로 줄어들었다. 주식 거래 위축은 증권사들의 실적 악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국내 대형 증권사 10곳의 지난해 평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26% 증가했지만 올해는 마이너스 성장(-4.19%)으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오는 3월부터 ISA가 시행되면 은행과 증권업계의 자산관리 서비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저금리·고령화로 자산관리 방식이 예·적금에서 금융투자상품으로 옮겨가고 있는 만큼 증권사들도 기존의 위탁매매 수수료에 의존한 천수답식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고객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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