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학원이 1km 이내여야 서울대를 간다고?
서울 강북의 한 시장에서 동태 장사를 하는 맹만수(조재현)는 ‘서울대병’이 지독한 사나이다. 하나 뿐인 아들 맹사성(이인)을 서울대에 보내기 위해 시골에서 무작정 상경해 이삿짐 싸기를 수차례, 바짓바람이 웬만한 치맛바람을 능가한다. 영화 ‘맹부삼천지교’ 얘기다. 그러던 터에 만수는 “일당십락(一當十落), 즉 집에서 학교와 학원이 1km 이내면 서울대에 가고 10km가 넘으면 떨어진다”는 날벼락 같은 얘길 듣는다. 그렇다면 강북 1등인 맹사성이 서울대를 갈 수 없다는 말 아닌가. 믿고 싶지 않았으나 학교 선생님까지 “그 말이 맞다”니 어쩌나, 만수는 아들의 서울대 합격을 위해 사채 돈까지 얻어 대치동으로 이사한다.
그러나 웬걸. 모의고사 전국 1등인 최현정(소이현) 산다는 앞집의 분위기가 예상과 영 딴판이다. 현정의 삼촌(사실은 아빠) 최강두(손창민)가 조폭 두목인데 그의 졸개들과 집안에서 벌이는 소란이 장난이 아니다. 만수는 아들 사성의 면학 분위기를 위해 이 조폭들을 아파트에서 몰아내려 온갖 수를 다 써보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외려 믿었던 아들마저 공부는 나 몰라라 딴전을 피워 고민만 점점 커져갈 뿐.
#아이들의 꿈은 자신만의 시간을 더 갖는것
만수에게 사성은 생존의 이유다.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던 아내를 잃고 통곡하며 “사성이를 꼭 서울대에 보내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만수는 줄곧 깡소주만 먹으며 돈을 아껴 아들을 ‘강북 1등’으로 키워냈다. 강두에게도 ‘전국 1등’ 현정이 존재 이유다. 아빠로서 조폭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워 딸을 딸이라 부르지 못하는 딱한 처지이지만 자신의 딸만큼은 서울대를 보내 못배운 한을 풀고 싶은 강두다. 하지만 사성과 현정의 생각은 다르다. 가수가 꿈인 사성은 아빠 몰래 콘서트 준비까지 한다. 현정은 “강남 살면 뭐하고 나 1등하면 뭐해?”라며 자유를 열망한다. 아이들의 바람은 명문대 입학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공부보다는 자신만의 시간을 더 많이 갖는 것이다.
입시 과열은 비단 영화만의 얘긴 아니다. 망국적(亡國的)이란 표현이 나올 정도로 현실의 입시 과열은 극심하다. 높은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학생들의 자살률 증가, 서울 강남 등 특정지역의 아파트값 폭등, 가족 해체 등 폐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뿐 아니라 사교육비 지출은 세계 1위 수준으로 가계는 물론 경제 시스템을 왜곡시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계정의 최종 소비지출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7%로 미국(2.4%), 일본(2.1%), 독일(1.0%), 프랑스(0.8%) 등에 비해 월등히 높다. 또한 통계청 조사결과 2014년 2분기 교육비 지출이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의 9.5%를 차지하고 이 중 학원과 보습교육이 80.8%를 차지할 정도로 사교육비는 가계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사교육비로 인해 소비 주체인 가계에 쓸 돈이 말라가니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입시 위주의 과열된 경쟁 탓에 사회 전체가 치러야할 대가가 너무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