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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의 국회 통과가 지연되면서 재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국회 논의 과정에서 원안보다 후퇴돼 '원샷법'이 아닌 '반샷법'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마당에 그나마도 빨리 시행되지 않으면 부실 업종의 구조조정이 더 지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무역협회와 상장사협의회 등 경제단체들은 4일 연내 원샷법 통과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일제히 강조하고 나섰다.
경제계는 특히 국회 여야 간 논의 과정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원샷법 대상 기업 중 대기업을 제외할 경우 법안의 취지인 선제적인 구조조정의 취지가 퇴색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문구 무협 정책협력실장은 "대기업이 지원 대상에서 빠질 경우 경쟁력 회복이 시급한 조선·철강·석유화학의 산업 구조조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대기업이 원샷법 수혜 대상에서 빠지면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간 인수합병이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인수합병 시장에서 중견·중소기업끼리 인수합병이 얼마나 일어나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조선업 구조조정에서 야당의 주장대로라면 매물로 나온 중소형 조선소를 대기업에서 사들일 때 이 법의 혜택을 보지 못하게 된다.
법안의 반대 진영에서는 원샷법이 재벌들의 지배구조 강화, 경영권 승계, 일감 몰아주기 등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여당 측에서는 수정안을 제시, 기업이 '일감 몰아주기'를 위해 사업을 재편할 경우 원샷법의 지원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또 대기업이 이 제도를 경영권 승계, 재벌총수 일가의 지배구조 강화에 악용한 사실이 사후에 확인될 경우 승인을 취소하고 지원 금액의 최대 3배까지 과징금을 물릴 수 있도록 했다. 정부 관계자는 "일부의 우려를 받아들여 3중 ·4중의 견제장치를 마련했는데도 야당이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계에서는 특히 "현재 마련된 원샷법은 인수합병과 관련한 절차를 단축시켜 사업구조 재편을 촉진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구조조정 촉진 효과가 반감됐고 일각에서 우려하는 부작용은 거의 없다"고 강조한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을 단축(20일→10일)하고 주주총회 소집 기간을 줄이는 등 상법상 절차 간소화 효과 정도에 그쳤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재계에서 요구했던 업종 제한 폐지, 주식매수청구권 제한 등의 조치는 법안에서 빠졌다.
이에 따라 경제계에서는 사실상 '원샷법'이 아니라 '반샷법'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 상황. 하지만 법안 마련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현 수준에서라도 최대한 빨리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이 법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소규모 인수합병의 경우 주총이 아닌 이사회 결의만으로 가능하도록 한 점"이라며 "부실 기업이나 사업부의 사고파는 과정이 좀 더 단축될 수 있도록 하루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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