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18년 만에 '왜건' 차량을 생산한다.
17일 기아차에 따르면 기아차 화성 공장에서 내년 초 유럽시장 출시를 목표로 중형 세단 'K5'를 변형한 왜건을 생산한다. 생산물량은 전량 유럽으로 수출된다. 기아차 관계자는 "'왜건의 무덤'으로 불리는 국내 시장 대신 왜건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유럽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아차가 마지막으로 왜건 차량을 생산한 것은 현대·기아차가 합병하기 전인 지난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기아차는 크레도스를 변형한 '파크타운'을 야심차게 출시했다. 하지만 '파크타운'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 결과 '파크타운'은 국내시장에서 800대를 판매하는 데 그치며 단종되는 수모를 겪었다. '비운의 차'로 불리는 '파크타운' 이후 현대차가 'i40' 등을 출시하며 왜건 시장 부활을 시도했지만 여전히 왜건 차량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기아차가 10여년 만에 왜건 생산에 나선 것은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뒷좌석과 트렁크가 연결돼있고 짐을 싣는 공간이 넉넉하다는 장점 때문에 유럽 소비자들은 유독 왜건 차량을 선호한다. 가족끼리 휴가를 즐기거나 레저활동에 적합해 실용성이 높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K5' 왜건의 기반은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한 콘셉트카 '스포츠스페이스'다. 스포츠스페이스(개발명 KED-11)는 강력한 동력성능과 효율적인 공간활용성을 동시에 갖춘 그랜드투어링(GrTourer) 콘셉트카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기아 디자인센터에서 11번째로 개발한 차량이다.
'스포츠스페이스'는 당시 1.7 터보 디젤 엔진과 소형 전기모터, 48V 배터리 및 컨버터가 탑재된 'T-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돼 우수한 친환경성과 강력한 동력성능을 갖췄다. 기아차 관계자는 "스포츠스페이스는 설계 단계부터 차량 무게를 줄여 주행 성능을 높였고 내년 출시될 K5 왜건 역시 콘셉트카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기아차에서 새롭게 출시하는 왜건은 'K5'보다 긴 전장과 넓은 전폭으로 더 넓은 실내 공간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대신 차량 높이를 낮춰 주행성능을 개선했다.
기아 유럽 디자인센터 수석 디자이너인 그레고리 기욤(Gregory Guillaume)은 왜건형 차량 개발 배경에 대해 "우리는 이제껏 그 어디에서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그랜드 투어링 차량을 제작하고 싶었다"며 "역동적인 스포츠를 즐기거나 주말에 장거리 여행을 할 때 세련된 스타일, 편안함과 역동성까지 그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고객들을 위해 태어난 차량"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왜건 차량의 국내 출시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 "K5를 생산하고 있는 화성공장에서 생산하지만 판매는 유럽에서만 이뤄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재원기자 wonderfu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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