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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대출채권 사상 첫 100조

저금리 장기화에 수익 낼 곳 없어 약관·부동산 담보 대출로 눈돌려


국내 생명보험사의 대출채권 규모가 사상 최초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계속되는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보험사들이 약관 대출이나 부동산 담보 대출에 힘을 쏟은 결과다.

3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대출채권은 지난 8월 100조9,834억원으로 100조원대를 기록했다. 2010년 8월 생보사들의 대출채권액이 64조7,845억원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5년 사이에 무려 36조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대출채권 항목별로 살펴보면 보험사들은 고객이 납부한 보험료를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약관 대출을 통해 가장 큰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보사 약관 대출은 8월 40조1,486억원을 기록하며 돈 굴리기 어려운 보험사들의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주요 보험사 약관 대출은 금리연동형 상품 기준으로 한화(5.13%), 삼성(4.96%), 교보(4.86%), 농협(4.38%) 등의 순으로 금리가 비교적 높은 편이다. 보험사들은 시중은행이 예·적금 담보대출에 부과하는 1%포인트보다 높은 1.5%포인트의 가산금리를 약관대출에 부과하고 있으며 돈을 떼일 염려가 없다는 점에서 약관대출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약관대출시 초기 사업비는 높고 납입 보험료 대비 해지 환급률은 낮은 변액보험과 같은 상품에 고금리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부동산 담보대출 규모는 27조76억원을 기록, 4월 25조1,781억원에서 넉 달 만에 2조원이 늘어나며 대출채권 중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보험사 주택담보대출은 대출중개인이나 공인중개사들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시중은행과 같은 3% 안팎의 금리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보험사 신용 대출 또한 22조6,593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취급수수료 및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는 보험사 신용대출은 삼성(5.76%), 교보(5.81%), 농협(3.34%) 등이 취급하고 있으며 몇몇 보험사는 오히려 은행보다 금리 경쟁력이 높다. 국내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 장기 고객의 경우 우대금리를 통해 오히려 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는 경우가 있다"며 "중도상환 수수료 또한 고객이 상환 기간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해 보험사를 통한 대출 수요가 꽤 있는 편"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생보사 대출채권 규모 증가세는 기존 국공채나 회사채 수익률 하락에 따라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생보사 자산운용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국공채의 경우 8월 기준으로 규모가 226조4,000억원에 달하지만 30년 만기 국공채 금리가 3일 현재 2.3%에 불과할 정도로 수익률이 낮다.

단 이 같은 보험사 대출채권 증가 추세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사 고위관계자는 "1금융권에서 대출 한도가 부족한 이들이 보험사를 통해 대출 받는 사례가 많은 것을 감안하면 보험사 대출채권 증가가 가계부채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며 "보험사들 또한 신규 수익원 확보라는 측면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리스크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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