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의 맹훈련(아직 못 읽으셨다면 클릭)에 이어, 이제 할리데이비슨 스포스터 포티에잇(XL1200X)을 타고 도로로 나갑니다. 광활한 삼성랜드…아니, 에버랜드 인근 도로를 지나 호암미술관 입구까지 찍고 다시 할리 용인점으로 돌아오는 코스입니다. 왕복 약 한 시간 정도가 걸렸는데요.
평소 조기 치매를 염려해 온 저는 이날도 도로에 나가자마자 빙구짓을 했습니다.
기어변속법을 살포시 잊어버렸던 거죠. 포티에잇은 다른 대부분의 모터사이클과 마찬가지로 중립 상태에서 내리면 1단, 다시 쳐 올릴 때마다 2단~5단까지 올라가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저는 내릴 때마다 기어 단수가 올라가는 울프 클래식에 익숙한지라, 죽어라고 밟기만 했던 거죠. RPM은 올라가고 포티에잇은 맹렬한 굉음을 내는데 전 도무지 왜 변속이 안되나 싶었을 따름이고…. 정말 빙구 오브 빙구가 따로 없었습니다.
이날 저를 지도해주셨던 안태희 할리베이비슨 컨설턴트님이 미리 연결해 둔 세나(헬멧에 부착하는 블루투스 기기입니다)로 열심히 올리라고 하셨을 터이지만, 포티에잇의 굉음 때문에 전 듣질 못했습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스타렉스에 타고 함께 길을 나선 할리 분들도 저에게 안타까운 손짓을 보내셨다고 하는데…. 포티에잇을 1단으로 학대한 데 대해 이 자리를 빌어 할리 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리는 바입니다.
기나긴 빙구짓 끝에 마침내 본인이 빙구짓을 하고 있음을 깨달은 저는 이제 제대로 포티에잇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외관에서 느껴지듯, 날렵한 주행이 가능합니다. 물론 운전자인 제가 날렵하지 않은 게 함정이긴 하지만, 잘 타는 분이시라면 그 진가를 아시겠죠. 이미 다른 할리 기종을 타는 분들이라면 날렵한 포티에잇을 세컨드 바이크로 들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포티에잇의 어떤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드시나요? 전 저 탱크와 두툼한 바퀴에 자꾸 눈이 갑니다.
소형차 급인 1,200cc 바이크다 보니 힘도 좋습니다. 호암미술관까지 가는 길에 그리 속도를 내지 않은 탓도 있지만, 4, 5단까지 올릴 필요를 못 느꼈습니다. 저야 규정 속도에 맞춰 탔지만, 조금만 스로틀을 당기면 시속 180㎞까지도 금방 치고 나간다고 합니다.
코스 내내 컨설턴트님은 앞으로의 즐겁고 안전한 라이딩에 필요한 내용들만 꼭꼭 집어서 설명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