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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서울 미근동에 위치한 이디야커피 의주로점이 6년 만에 돌연 문을 닫았다. 무수한 경쟁사를 따돌린 알짜 점포였지만 올 7월 옆 매장에 저가 생과일주스전문점 쥬시가 입점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쥬시는 과일주스를 1,000~2,000원선에 팔고 아메리카노는 1ℓ짜리를 1,500원에 내놨다. 이디야커피가 간판을 내린 자리에는 또 다른 저가 커피전문점 언노운커피가 들어섰다.
커피전문점 시장에 가격파괴 열풍이 거세지면서 합리적인 가격대를 앞세워 성장한 중저가 커피 브랜드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편의점까지 저가 커피를 줄줄이 내놓고 있어 1,000원대 원두커피 경쟁은 더욱치열할 전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1,000원대 커피 시장의 포문을 연 외식사업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빽다방은 올들어서만 200개가 넘는 매장을 열었다. MPK의 마노핀과 망고식스의 커피식스미니도 1,000원 중반대에 아메리카노 메뉴를 내놨다. 올 들어서는 신생 저가 커피 브랜드들이 속속 개점하고 생과일주스 전문점도 1,000원대 커피를 팔기 시작했다.
편의점도 1,000원대 커피 판매에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캔·컵·파우치 커피 등을 유통하던 기존 방식 대신 자체 커피 브랜드를 만든 것. GS25는 이달 커피 브랜드인 '카페25'를 내놨다. 아메리카노 기본 사이즈가 1,000원, 큰 사이즈는 1,200원으로 통신사 할인 혜택까지 더하면 750원에 마실 수 있다. 세븐일레븐의 '세븐카페'는 커피머신으로 추출한 드립커피를 1,000원~1,500원대에 판다. 미니스톱도 커피 전문회사 쟈뎅과 손잡고 출범한 '미니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1,000원에 선보인다.
업계에서는 1,000원대 커피가 확산되면 중저가 커피 브랜드가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저가 커피 브랜드의 대명사인 이디야커피의 아메리카노는 2,800원으로 빽다방, 마노핀 등과 1,000원 이상 차이 난다. 4,100원인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보다는 저렴하지만 아예 비싼 커피가 아니면 저가 커피를 선택하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가 커피 브랜드가 시장을 강타하자 커피사업을 키우던 기존 업체들도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올 초 또 다시 커피 가격을 인하하고 1,000원 중후반대로 가격을 맞췄다. 파리바게뜨도 가맹점별로 아메리카노 1,500원 행사와 '3+1' 행사를 꾸준히 진행하며 고객 붙들기에 나섰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대표는 "커피를 즐기는 소비자와 다양한 맛과 가격대의 커피를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가 늘면서 간소화된 메뉴와 저렴한 가격의 새로운 커피 시장이 올해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윤기자 luc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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