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승진한 신규 삼성그룹 사장단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단연 고동진(사진) 사장이다.
지난 2010년대 초 삼성전자가 피처폰에서 스마트폰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크게 기여한 그가 스마트폰 부진에 시달리는 삼성을 구원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정보기술(IT)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성균관대 산업공학을 전공한 고 사장은 1981년 이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한 길을 걸었다. 2012년에는 부사장으로 승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실 기술전략팀장을 역임했다.
이때 휴대폰 개발조직의 리더로서 조직구조를 스마트폰 위주로 재빠르게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초기 스마트폰 시장 진입에 늦었던 삼성전자가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사로 뛰어오르는 발판이 됐다.
이후 고 사장은 지난해 말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에 임명되며 당시 부진에 빠져 있던 삼성 스마트폰 사업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올해 인기를 누린 갤럭시S6·갤럭시노트5도 그가 개발을 이끌었다.
고 사장은 스마트폰의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SW) 측면의 개발에도 매진하며 SW의 역할이 점차 부각되는 현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기 적합하다는 기대도 얻고 있다. 그를 무선사업부장으로 임명한 것은 삼성전자가 차세대 먹거리로 삼는 기업용 SW 같은 모바일 기업 간 거래(B2B) 분야를 염두에 둔 인사라는 의미다. 삼성그룹 측은 고 사장의 승진 배경에 대해 "(기업용 보안 SW인) 녹스(KNOX)나 삼성페이처럼 솔루션·서비스 개발에도 폭넓은 안목과 식견을 갖추고 있어 무선 사업의 제2도약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고 사장은 온화한 성품이지만 업무에 임하는 자세는 매우 공격적이라는 게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전하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고 사장은 스스로 개발전략의 큰 그림을 그리면서 부하직원들에게는 폭넓게 권한을 부여한다"며 "이처럼 유연하면서도 업무에 맺고 끊음이 분명해 상하 신뢰가 돈독하다"고 말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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