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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20만대 시대 빛과 그림자] <상>서비스는 외면… 판매 증대만 급급

車 선택 폭 넓혔지만… 부실한 AS망·비싼 수리비 '고질병' 여전


국산차 일색 시장판도 바꾸고 경쟁 확대로 품질향상 이끌어

국내시장 긍정적 변화 견인 속 수입차 리콜 갈수록 느는데

수리비·정비센터 해결엔 뒷짐… '시원찮은 사후관리' 불만 높아


#1.지난 2012년 초 독일 수입차를 구입한 최모씨는 지난해 말 차에 문제가 생겨 정비센터를 찾았다. 3년인 무상보증기간이 아직 남아 있어 비용 걱정은 없었다. 해당 정비센터에서는 별 문제가 없다고 해 계속 타다가 무상보증기간이 끝난 올해 초에 다시 정비센터를 찾았더니 수리가 필요하다며 50만원이 넘는 견적을 제시했다. 최씨는 "마치 무상보증 기간이 끝나기를 기다린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수입차들이 다양한 차종을 들여와 판매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크게 넓어지고 연비·성능 면에서 국산차의 경쟁력이 향상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 효과로 평가된다. 하지만 판매량 증가에 비해 서비스센터 확충이 더뎌 사후서비스(AS)와 관련한 고객 불만이 높고 비싼 부품값으로 인해 사고 발생 때 과다한 수리비가 발생하는 등 개선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수입차 판매 급증, 선택의 폭 넓어지고 과점 깨져=수입차 연 20만대 판매시대는 국내 자동차 산업과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은 넓어졌다. 2005년 270개던 수입차 차종은 지난해 말까지 580여개(세부 트림별)로 늘었다. 같은 차종이지만 가솔린·디젤·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엔진과 배기량, 세단·왜건·쿠페 등 용도에 따른 디자인은 소·중·대형 가솔린 세단에만 익숙하던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 10년간 수입차 판매량은 연평균 24.6%씩 늘었다. 이 기간 국산차 판매량은 연평균 3.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수입차 판매 증가는 사실상 과점 형태의 국내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특히 중형 세단 시장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진 고유가 영향으로 고연비 독일 디젤 세단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수입차는 더 이상 '사치재'가 아니라는 인식에 30~40대가 수입차 매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위기의식을 느낀 국산차들은 수입차에 대응해 연구개발에 몰두했다. 현대차가 최근 중형세단 쏘나타의 엔진을 7종으로 강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차가 블로그를 통해 고객 오해에 대해 해명하고 수출용차와 내수용차의 충돌 실험을 하는가 하면 임원진이 직접 고객과 소통에 나선 것 역시 수입차 판매 증가에 따른 긍정적인 변화 중 하나다.

◇불편한 AS·비싼 부품…리콜 수리 받기도 어려워=수입차 판매량 급증에 따른 그늘도 있다. 정작 수입차의 불편한 AS와 비싼 수리비 등 고질병은 좀처럼 치유되지 못하고 있다. 제조사들은 경쟁적으로 판매량은 늘리고 있지만 AS센터 등의 투자에는 인색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산 브랜드의 서비스센터 수는 3,501개로 수입차의 437개에 비해 8배 이상 많다. 아우디나 폭스바겐은 지난해 신차 판매량 기준으로 정비센터 1곳이 1,000대 이상의 차량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험개발원과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수입차의 평균 수리기간은 8일로 국산차의 5일보다 3일이 더 길었다.

수입차 판매량이 늘면서 자동차 결함 대수도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리콜 차종은 326개로 국산차(28종)의 10배가 넘는다. 수입차 리콜 대수 역시 올 들어 10월 말 현재 역대 최고 수준인 19만1,906대를 넘어섰다. 하지만 정작 문제가 생겨도 수리받을 정비센터가 많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입차 정비센터 확충이 잘 이뤄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수입 제조사들이 국내 재투자를 꺼리고 제조사보다 자금력이 약한 딜러사에 정비센터 확충 등을 떠넘기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비싼 부품과 공임비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현대차 제네시스 3.3 가솔린 모델의 앞 헤드램프 가격은 54만100원인 데 반해 동급 수입차 경쟁 모델인 BMW 520d는 132만5,000원, 메르세데스벤츠의 E220은 263만8,300원이다. 최대 4배 이상 비싸다. 정부가 '자동차 대체 부품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수입차 업체들은 좋은 수입원인 정품 부품 사용을 고집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입차 판매가 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지만 AS나 부품값 등 기본적인 부분의 만족도는 국산차에 한참 못 미친다"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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