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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인승 승합차 '시속 110㎞ 이상' 안 나온다고?

정부 안전문제로 제한… "현실과 안맞다" 지적 잇달아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이모씨는 최근 렌터카 업체에서 현대자동차의 11인승 승합차 '스타렉스'를 빌렸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시속 100㎞ 내외로 주행 중 도로 흐름에 맞춰 가속을 위해 액셀러레이터를 밟았지만 속도가 110㎞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차량 고장을 의심한 그는 급하게 차를 갓길에 세워 렌터카 업체에 고장 여부를 문의했다. "11인승 이상 승합차는 승객 안전을 위해 최고 속도를 110㎞로 제한된다"는 렌터카 업체 직원의 설명을 뒤늦게 듣고 안심하면서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이씨는 "대부분 차량이 시속 120~130㎞로 달리는 도로에서 추월을 위해 가속을 쉽게 하지 못하니 답답하고 앞질러 가는 차량들 때문에 더 위험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2013년부터 도로 안전을 위해 11인승 이상 승합차의 최고 속도를 110㎞로 제한한 것이 현실과 맞지 않는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발전하는 자동차 기술과 달라진 도로 환경을 반영해 제한 최고 속도를 10㎞ 정도는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2013년 8월16일 이후 출고되는 4.5톤 이하 승합차에 대해 시속 110㎞ 이상 달리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차량의 두뇌라고 하는 ECU에 속도 제한 장치를 둬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시속 110㎞ 이상 나오지 않는다. 국내에 판매 중인 스타렉스 11인승과 기아차의 '카니발' 11인승, 쌍용차의 '코란도 투리스모' 11인승 등이 대상이다. 지난달 출시된 현대차의 미니버스 '쏠라티' 역시 시속 110㎞ 이상 나지 않는다.

국토부는 "다인승 승합차가 과속할 경우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고속도로 제한 속도인 110㎞로 정속 주행하면 연비도 30%가량 더 좋아진다"고 제도 도입 취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대표적인 '손톱 밑 가시'라고 지적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1975년 포니의 최고속도가 155㎞였지만 최근 출시되는 차량은 220~250㎞까지 달린다"며 "45년 전 경부고속도로 제한속도가 시속 100㎞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승합차에 시속 110㎞ 제한을 둔 것은 현실과 맞지 않은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9인승 승합차는 시속 110㎞ 제한이 없지만 11인승 승합차만 110㎞ 제한이 있는 점도 업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의 관계자는 "11인승 승합차만 시속 110㎞ 제한에 묶여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해 오히려 도로 흐름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건설되는 고속도로는 대부분 시속 120㎞로 주행해도 안전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레저용 차량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11인승 승합차 수요가 많지 않은 점 역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의 단속에도 불법 개조를 통해 11인승 승합차를 110㎞ 이상 낼 수 있도록 운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자동차 전문가는 "11인승 이상 승합차의 제한속도를 자동차 성능 발전에 맞게 120~130㎞까지 상향 조정한 뒤 이를 위반했을 때 과태료를 강하게 물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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