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재단이 학술사업 35주년을 맞이해 15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서울힐튼에서 기념식을 열었다. 특히 그동안 재단 행사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김우중 전 회장이 참석해 정정한 모습으로 방문객들을 맞았다.
민관을 통틀어 국내 최초의 대대적 기초학술 연구 지원사업으로 출발한 대우재단의 학술사업은 1980년 김 전 회장이 사재 200억원을 출연해 시작됐다. 김 전 회장은 당시 학자들이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방향을 전환하는 상황을 안타깝게 여기며 “기초를 튼튼하게 키워야 미래에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며 지원을 시작했다. 특히 “나는 돈 버는 전문가이지 쓰는 전문가는 아니다”라며 연구 지원사업에 대해서는 철저히 학자들에게 맡기고 관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우재단은 이후 35년간 학회와 연구모임을 지원하고 연구저술, 연구번역, 고전번역, 석학연속강좌 사업 등을 하는 등 기초학술 분야에서 연구 성과를 쌓아왔다. 2,000여명의 학자가 연구에 참여했으며 대우학술총서 614종, 대우고전총서 40종이 출판됐다. 지난 8월부터는 새 학술사업으로 인문과 사회, 자연과 과학을 망라하는 학술 교양서인 ‘대우휴먼사이언스’ 시리즈를 발간하고 있다.
이태수 한국학술협의회 이사장은 “대우재단 출범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학술활동에 대한 대외적인 지원과 함께 인문사회 영역을 포함한 체계적인 지원이 시작됐다”며 “규모나 방식의 다양성 못지않게 높은 학문의 질은 꼭 기억해야 할 대목”이라고 소개했다.
장병주 대우재단 이사장은 “대우재단은 앞으로 인간 가치의 새로운 탐구라는 명제 아래 독자도 함께 참여하는 소통의 기회도 만들어보려 한다”며 “기초학문의 발전을 돕고자 시행해온 연구지원과 학술총서, 고전총서의 발간도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김용준·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송자 전 연세대 총장, 양건 전 감사원장, 정재식 보스턴대 석좌교수,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한편 이날 김우중 전 회장은 행사장 입구에서 30여분간 일일이 방문객들일 맞이하며 “바쁠 텐데 와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넸다. 대우재단 관계자는 김 전 회장에 대해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며 지내신다”며 “이번 행사를 앞두고 며칠 전 들어오셨다”고 말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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