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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면세점 절반만 수성… 롯데 어디로] 신동빈 "99%가 내 탓"… 호텔롯데 상장 차질 불가피

공모 규모 예상보다 줄듯

롯데호텔 들어서는 신동빈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93세 생일인 1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가족모임에 참석하기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권욱기자
롯데월드타워 조감도, 현장사진
내년 말 완공을 앞둔 롯데월드타워 건설 현장. /사진제공=롯데

면세점 사업자 발표가 있던 지난 14일. 주말에도 출근해 초조하게 심사 결과를 기다리던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호텔롯데 임직원들은 잠실 월드타워점의 사업권을 빼앗긴 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명색이 세계 3위 면세점 기업인데 수성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는 한 정책본부 관계자의 말에는 낭패감이 묻어났다.

면세점 사업 수성 실패로 롯데그룹이 큰 상처를 입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그룹 지배구조를 개편하려던 신동빈 회장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수십 년 전부터 숙원사업으로 추진해온 제2롯데월드 건설이 마무리돼가고 있는 시점에서 입점해 있는 면세점의 문을 닫아야 하는 사실이 뼈아프다.

15일 롯데그룹과 증권가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잠실 월드타워점의 면세점 사업권을 잃으면서 호텔롯데 상장과 그룹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올 상반기 호텔롯데의 매출(2조4,800억원)에서 면세점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6%(2조1,384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월드타워점 매출은 4,280억원으로 연 매출 2조원인 소공점보다 훨씬 작지만 성장률(44%)은 소공점보다 높다. 월드타워점 재승인에 실패하면서 미래의 성장 기회도 함께 잃은 셈이다.

월드타워점 사업권 상실은 내년 상반기 중 예정된 호텔롯데 상장 과정에서 기업가치 산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전까지 호텔롯데가 상장할 경우 공모 규모가 6조~8조원대로 예상됐지만 월드타워점을 닫게 되면서 당초 예상보다 작은 규모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도 앞서 "월드타워점을 잃어도 호텔롯데 상장은 계속 진행하겠지만 가치와 의미는 크게 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동빈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그룹 지배구조를 개선할 계획이었다.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지주사 전환, 순환출자 해소에 드는 예상 비용은 6조원 이상. 호텔롯데가 이만한 자금을 끌어들이지 못할 경우 지배구조 개선 작업도 늦춰질 수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에서 이번 면세점 사업자 선정 결과를 활용해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순환출자를 100% 해소한 후 호텔롯데 상장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광윤사의 최대주주(50%)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광윤사의 호텔롯데 지분(5.45%)을 활용해 상장 반대에 나설 수도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숙원 사업인 제2롯데월드 건립 프로젝트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잠실 일대를 강남권 최대의 관광·쇼핑 복합지구로 조성, 중국인 등 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려던 계획의 핵심축이다. 이번 면세점 선정 과정에서 롯데면세점이 향후 5년간 월드타워점에 1조2,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한다는 공약을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이 물거품이 되면서 롯데는 내년 말 완공될 롯데월드타워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한편 신격호 총괄회장은 면세점 사업권 발표 이튿날인 이날 93세 생일을 맞았다. 생일 축하를 위해 부인인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를 비롯해 신동주 전 부회장, 신동빈 회장,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 등 가족들이 소공동 롯데호텔에 모였다. 신동빈 회장은 월드타워점 재승인에서 탈락한 데 대한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99%가 내 탓"이라고 답한 뒤 서둘러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로 올라갔다. /유주희기자 ginger@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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