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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일자리 중소기업이 희망이다] <4> 전문가 좌담

"한국판 '로제타 플랜' 부담 커… 자발적 일자리 창출 유도가 바람직"

성장기업 좌담회1
정욱조(왼쪽부터)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과 노민선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백운만 중소기업청 경영판로국장이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소기업DMC타워에서 진행된 좌담회에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송은석기자
성장기업 좌담회
백운만 국장
성장기업 좌담회
노민선 연구위원
성장기업 좌담회
정욱조 실장

청년 고용 중기·중기 취업 청년에 인센티브 등 정책 활용 필요

통상임금·근로시간 단축도 단계적 시행해야 일자리 창출 여력

특성화고 인재 유입위해 '선취업 후진학 시스템'도 정착시켜야


"한국판 '로제타 플랜'을 민간기업까지 확대하자는 입법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자칫하면 중소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해 오히려 역효과가 우려됩니다. 인력문제는 시장에 맡기고 대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제도를 고용친화적으로 가져갈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경제신문이 기획 시리즈 '청년 일자리, 중소기업이 희망이다'를 마감하면서 1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소기업DMC타워에서 마련한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기 보다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나설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로제타 플랜은 벨기에 정부가 1998년 신규 대학 졸업자의 50% 정도가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종업원 25명 이상을 거느린 기업을 대상으로 1년 동안 1명 이상의 청년 실업자를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한 제도다. 우리나라는 현재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에 따라 공공기관에 한해 3% 청년의무고용에 대한 규정이 있는데 최근 이를 민간 기업에 확대하자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섣부른 정책 시행으로 중소기업 경쟁력 자체를 갉아먹게 되면 오히려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여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제도를 고용친화적으로 전환해 고용 창출에 힘쓴 기업에는 지원을 확대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번 좌담회에는 정부 중소기업 일자리 정책의 실무 책임을 맡고 있는 백운만 중소기업청 경영판로국장과 중소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욱조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 중소기업 노동 전문가인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패널로 참석했다.

△정민정 서울경제신문 성장기업부 차장(사회)=청년들은 일할 곳이 없어서 문제고 중소기업계에서는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어려운 상황입니다. 우선 중소기업계가 느끼는 인력 미스매치 상황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말씀해 주시지요.

△정욱조 실장=한 해 중소기업 부족인원이 23만명 정도 되는데 이 중 10%는 아예 뽑지 못하는 상황이고 이는 대기업의 3배가 넘는 수준입니다. 특히 수도권보다 지방소재 기업의 인력 부족 상황이 심하고 도금과 용접, 주조 등 뿌리산업은 3D 업종이라는 인식이 강해 인력 구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포천에 있는 통조림 제조 업체의 경우 채용 공고를 내도 지원을 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고 합니다. 중소기업의 임금과 복지, 작업 환경 등이 열악한 측면도 있지만 학력이 높을수록 중소기업에 오지 않으려는 청년들의 인식도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노민선 연구위원=아직까지 노동시장에서 괜찮은 중소기업들조차 취업준비생들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만 최근 중소기업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과거보다 많이 좋아졌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중기연구원 자체 조사결과(중소기업 200개사 종사자 대상) 응답자의 57.5%가 주변 사람들의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좋아졌다고 응답했습니다. 다만 실제 중소기업에 취업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긍정적인 신호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백운만 국장=저성장 기조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성장과 고용이 연결되지 않는 것도 큰 문제인데요. 실제로 성장이 고용으로 이어지는 정도를 나타내는 취업유발계수를 보면 2000년 초반 매출 10억원당 고용인원수가 25~26명이었지만 2012년에는 13명으로 줄었습니다. 결국 성장 자체가 고용을 담보하기 어려운 것이지요. 중소기업이 청년 고용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지만 임금과 선호 업종, 정보, 경력 여부의 미스매치가 중기와 청년들간에 일자리 미스매치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사회=언급하신 중기 인력 수급과 청년 일자리 문제 등을 놓고 노동 개혁을 통해 해결하려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벨기에의 로제타 플랜을 민간 기업에 도입해야 한다든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조하는 독일의 하르츠 개혁 등이 국내에 적용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 가능성과 한계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노 연구위원=최근 우리 정부가 해외 사례를 본떠 추진하는 노동 개혁 가운데 임금피크제는 대기업에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중소기업에 결정적인 충격파가 아닐 수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중소기업 근로자 중 임금피크제 대상까지 가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질적으로 중소기업에 부담이 되는 사안은 통상임금과 최저임금 인상, 그리고 의무고용할당제인 한국판 로제타 플랜 등입니다. 담론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히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인력문제만큼은 시장에 맡기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정부 차원에서 중기 지원 정책을 고용친화적으로 개선하고 이를 잘 따르는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제안합니다.

△정 실장=근로 시간 단축 문제도 중기 입장에서는 버겁습니다. 근로 시간 단축이라는 큰 틀은 동의하지만 적응기간 없이 시행된다면 중기는 현실적으로 감내하기 어렵습니다. 근로 시간을 단축하면 더 많은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현재 임금수준에서도 잘 오지 않으려는 청년들이 더 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백 국장=노사정 대타협의 큰 원칙은 지켜져야 합니다. 아직 시행되지 않는 것들은 찾아내 신속하게 시행해야 합니다. 청년 고용과 관련해 두 가지 방향으로 인센티브를 줄 수 있습니다. 기업이 청년을 채용하는 경우 해당 업체에 인센티브를 주고 중소기업에 빈자리가 생겼을 때 청년이 지원하면 청년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두 가지가 골격입니다. 10인 미만 업체들이 청년을 채용하면 사회보험 50%를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회보험제도와 청년들이 뿌리 산업에 취업하면 근속 장려금을 지원하는 제도 등을 적극 활용할 방침입니다.

△사회=백 국장께서 모두에 언급한 분야별 미스매치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백 국장=현실에서 취업은 하이어러키(hierarchy·서열)가 존재합니다. 서울대를 졸업한다고 모두 삼성전자를 가는 것이 아니듯 선호도에 따라 구도가 나뉘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문제는 우수한 중소기업들까지 도매금으로 취급받는 데 있습니다. 청년들이 선호하지 않는 뿌리 산업의 문제는 다른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정보의 미스매치를 해결해서 좋은 기업을 소개하는 게 중요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노 연구위원=또 다른 차원에서는 선취업 후진학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갖추는 것도 우수 인력을 중소기업에 유입시키는 복안이 될 수 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선취업 후진학의 역사가 짧은 게 사실이지만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실제로 2008년 160개 특성화고가 중소기업과 취업을 연계하는 사업을 진행해 왔는데 취업률이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중소기업에 근무하게 하려면 고도화가 필요합니다. 군대에 다녀와서 계속 근무하면 인센티브를 준다든지 산업요원 등 병역과 관련된 이후의 인센티브도 고려해야 합니다.

△사회=중소기업의 보수가 대기업에 비해 낮다는 점도 중기에 청년들이 오지 않는 이유입니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어떤 식으로 해결할 생각인지요.

△백 국장=중소기업 급여는 대기업의 70% 수준이지만 성과급 등을 포함한 임금 총액을 따지면 차이가 더 벌어집니다. 중소기업청도 실질적인 임금 차액을 줄여나갈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성과보상 시스템의 효과가 좋아 이 제도를 더욱 확대할 계획입니다. 특히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공제금을 납부하고 장기 재직시 정부의 지원금과 함께 목돈을 돌려주는 내일채움공제에 대한 반응이 뜨겁습니다. 이처럼 기업과 종업원이 함께 혜택을 볼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이며 내년에는 기업의 법인세 손금산정 부분에 더해 근로자의 소득세 감면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사회=마지막으로 청년 일자리를 위한 정부와 중소업계의 노력은 어떤 게 있을까요.

△정 실장=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6월부터 '청년 1+ 채용운동'을 진행하고 있고 총 13만명을 채용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분위기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중소기업들이 한 명씩 더 채용해 청년 일자리 문제가 조금이라도 해결되기 바랍니다.

△백 국장=특성화고 졸업생들이 중소기업에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서 지원할 것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중소기업으로 인력 유입을 유도하면 기업들은 그 인력들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잘 해줘야 합니다. 지금 시점에서 이러한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청년 일자리 문제와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운 만큼 여기에 정책의 포커스를 맞출 계획입니다.

△노 연구위원=청년 고용의 문제를 중소기업으로 풀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공동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 우리나라 니트족(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을 취업 시장에 끌어낼 수 있도록 일자리 경험과 직업훈련, 교육 중에 적어도 하나는 니트족이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정리=강광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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