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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마저 '경력' 구하면 경력은 어디서 쌓나요"

大·中企이어 대부분 경력직 선호



서울의 한 사립대 중어중문학과 4학년인 취업준비생 이보람(24·가명)씨는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도전했으나 입사에 성공하지 못해 최근에는 스타트업 쪽을 눈여겨보고 있다. 하지만 이씨는 스타트업 채용공고를 볼 때마다 한숨부터 나온다. 이씨가 지원할 수 있는 마케팅과 서비스 직군에서는 대부분 경력을 요구하거나 경력을 우대하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력 채용이 많은 상황에서 스타트업도 경력직을 선호하다 보니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갈수록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이씨는 "스타트업에서 인문대 졸업생들이 지원할 수 있는 분야에는 경력직을 뽑는 공고가 많아 채용공고를 찾아볼 때면 한숨부터 나온다"며 "도대체 취업준비생들은 어디서 경력을 쌓아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대학원까지 졸업한 김지수(29·가명)씨는 스타트업에서 마케터로 일하고 싶어 스타트업 채용공고를 살펴보다 대부분 경력직만 뽑는다는 사실을 알게 돼 국내의 한 애플리케이션 업체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김씨는 "마케터나 개발자 직무의 채용조건 대부분은 경력직이거나 대기업·스타트업 경력이 있는 사람들을 우대하는 상황"이라며 "스타트업에서도 정직원이 바로 되기는 어려워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전했다.

30일 서울경제신문이 스타트업 구인정보 사이트인 로켓펀치에 의뢰해 지난 2013년부터 현재까지 3,132개 스타트업의 채용공고를 분석한 결과 경력직을 뽑는 공고는 6,400건(중복포함)으로 신입직원을 뽑는 공고(5,084건)보다 1,316건이나 많았다. 직무분야별로는 개발자(4,414건)와 디자이너(2,814건), 마케터(1,538건), 기획자(1,272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으며 모두 경력직 모집 공고가 더 많았다.

이준호 중소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창업 열풍이 있지만 젊은 친구들이 무작정 창업에 나서기도 어렵고 경험도 필요한데 스타트업에서 경력직을 선호하다 보면 취업준비생들은 업무경력을 쌓기 어렵다"며 "창조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함께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스타트업들은 사업 초기 시장에 잘 안착하기 위해서는 경력직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스타트업은 당장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판매해야 하는데 아무 경험도 없이 이력서를 들고 오면 교육을 시켜야 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며 "신입으로 지원하는 분들의 마음은 알지만 아무래도 경력이 있는 직원들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김광현 디캠프 센터장은 "치열한 경쟁 때문에 자신의 모든 걸 다 바쳐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 준비 없이 오는 지원자를 다 받아주기란 사실 힘들다"며 "국내에서도 인턴십을 통한 정규직 채용은 있지만 중국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 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사업의 경우 창업지원에 집중돼 있고 취업지원에는 다소 소홀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청은 매년 창업지원 관련 예산을 꾸준히 늘리고 있고 올해 예산만도 1조5,222억원에 달한다. 반면 스타트업들이 신입직원 취업지원을 할 수 있는 정부 프로그램은 중소기업 청년취업인턴제(168억원)와 초중급 기술개발인력 지원(60억원), 기술혁신형 중소·중견기업 인력 지원(210억원) 등으로 예산 규모도 작고 그마저도 스타트업 전용 프로그램이 아니다. 중기청 관계자는 "스타트업이라고 따로 취업을 지원하는 것은 없고 전체 중소기업에 인재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며 "직접적인 취업 지원보다 인재개발과 중소기업 인식개선 사업을 중심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요즘 스타트업뿐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도 경력직 채용을 늘리고 있어 이 추세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광우·정수현기자 press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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