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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등을 돌린 지 3년5개월 만에 마주보고 앉았다. 정상회담 시간도 100분으로 꽤 길었다. 뭔가 대단한 것이 나올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일기도 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는 촌평이 쏟아졌다. 2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간 양자회담 얘기다.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였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가능한 한 조기에 타결하기 위한 협의를 가속화한다'는 선에서 접점을 찾는 데 그쳤다. 박 대통령은 아픈 과거를 치유해야 한다고 압박했지만 아베 총리는 사과와 보상 문제에 대해 함구했다. 아베 총리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그럴듯한 변설(辯舌)로 군 위안부 문제를 '미완의 숙제'로 다시 남겨놓았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올해 양국이 과거사를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함께 출발하는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며 "오늘 회담이 아픈 역사를 치유할 수 있는 대승적이고 진심 어린 회담이 돼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감동 없는 '의례적' 답변만 내놓았다. 아베 총리는 "저는 지금까지 50년간의 일한 관계 발전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 "그것을 토대로 미래지향적인 일한 관계의 새로운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 박 대통령과 함께 노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후 일본 기자들과 만나서는 "미래지향의 협력관계를 구축해 가는 데 있어 미래세대에 장애를 남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한국 정부가 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데 대한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우리 정부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추가 가입에 대해서도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박 대통령이 TPP 협력을 제안한 데 대해 아베 총리는 "한국의 동향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뚱하게 답했다. 적극 환영 입장을 표명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비교하면 적극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다. /서정명기자 vicsj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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