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잇따르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입자동차 업체들이 이른바 '블랙 컨슈머'로 불리우는 악성 소비자 때문에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BMW·메르세데스벤츠·아우디·폭스바겐 등 독일 수입차 업체들이 차량 화재, 시동 꺼짐, 배기가스 조작 등의 이슈로 난처한 입장에 처하자 이들 업체를 상대로 부당한 이득을 취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
16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BMW코리아는 5시리즈와 7시리즈 등에서 최근 두 달간 7건의 엔진룸 화재 사고가 발생하자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고객들의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외부 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원인 불명 판정을 받아 회사 측과 관련 내용에 대해 합의한 사건들에 대해서도 재조사와 보상을 요구하는 고객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과거 원만하게 합의한 내용에 대해서도 다시 문제를 제기하고 재조사나 보상을 요구하는 고객들로 인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벤츠는 지난 9월 광주에서 주행 중 시동 꺼짐 현상 반복으로 한 고객이 골프채로 차를 부수는 일이 발생한 후 같은 증상을 주장하며 차량 교환을 요구하는 고객이 크게 늘었다.
벤츠는 엔진 전자제어장치(ECU) 결함으로 시동 꺼짐이 발생할 수 있다며 S63 AMG 555대를 리콜하겠다고 이날 밝혔지만 S63 AMG와 다른 차량임에도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고객들로 인해 난감한 상황이다.
일부 고객의 경우 "나도 차량을 부수는 영상을 올리겠다"며 으름장을 놓아 대응이 쉽지 않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사설 수리나 불법 튜닝을 해 문제가 된 부분까지 해결해 달라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역시 디젤차 배기가스 배출 조작 사태 이후 문제가 된 차량이 아님에도 차량 교체 등을 요구하는 일부 고객들을 응대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이들 블랙 컨슈머는 인터넷 동호회 카페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업체 측을 압박하기도 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일부 고객이 확인되지 않은 사안을 무턱대고 글을 올리겠다며 요구사항을 들어 달라고 해 곤란한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수입차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리스크 요인도 많아졌지만 업체들이 그에 맞는 조직 구조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게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산차 보다 수입차는 평균적으로 가격이 더 비싸지만 판매량에 맞는 서비스망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해 고객들이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업체 내부적으로도 판매량 증가만큼 위기관리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수입차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했지만 고객이 원하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응대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