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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9월 말 고경찬(55) 벤텍스 대표는 글로벌 섬유업체 인비스타의 한국법인 대표인 김형진 인비스타코리아 사장과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1초 만에 건조되는 섬유 '드라이존'의 혁신적 기술에 반한 인비스타 측에서 먼저 청한 자리였다. 그로부터 만 3년이 지난 9월23일 고 대표는 인비스타 유럽본부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벤텍스는 이를 통해 매출액의 8%를 로열티로 받기로 했다.
1일 서울 잠실 벤텍스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고 대표는 "특수섬유 분야에서 기술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대한민국이 기술수출국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라며 "벤텍스를 기술 파트너로 선정한 나이키와 아디다스에 이어 인비스타까지 세계 섬유산업의 3대 거목이 모두 벤텍스의 기술을 수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글로벌 섬유기업 인비스타는 세계 쿨맥스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특수섬유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업이다. 벤텍스는 인비스타에 태양광 발열 기술 '히터렉스'와 1초 만에 건조되는 섬유 드라이존을 매출의 8%를 러닝로열티로 받고 분말이나 액상 화학원료(chemical) 상태로 수출하며 야심작인 광발열 충전재인 '솔라볼'은 완제품 형태로 수출하기로 했다. 벤텍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히터렉스는 적외선을 받으면 특수한 화학성분이 분자 간 충돌과 진동에 의해 수초 안에 섬유 온도를 10도 이상 올려주는 첨단 기술이다.
물론 인비스타와의 기술수출 계약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첫 만남 이후 2013년에는 미국 본사의 주요 임원들과 연구소 책임자들이 대거 방문해 벤텍스 기술연구소를 견학했다. 고 대표는 "인비스타 임원진이 '그동안 수많은 섬유 전문기업을 방문했지만 벤텍스처럼 감동적이며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곳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며 "인비스타가 무엇보다 기업윤리를 중시했던 만큼 벤텍스가 지향하는 인간 중심의 기술, 환경친화적 기술에 기반을 둔 철학에 공감하고 결국 이번 계약 체결로 이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 대표는 "드론을 놓고 보면 개발하는 것과 날리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이라며 "우리가 개발한 기술을 인비스타나 나이키 같은 글로벌 업체를 통해 널리 보급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세상에 없는 기술을 기반으로 세계적 브랜드 업체와 연계해 독보적인 마케팅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얘기다.
벤텍스는 이미 미국 나이키의 기술 파트너로 선정돼 내년 리우올림픽에 나이키 전략 아이템인 적외선차폐 냉감 소재 '아이스필RX'를 1차로 100만야드(550만달러어치) 수주했으며 나이키의 전 브랜드로 확대되는 내년에는 5배 이상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이키는 벤텍스의 접촉냉감 소재 '쿨존'과 광발열 소재 '히터렉스', 오리털 대체 충전재 '솔라볼'을 차세대 전략 아이템으로 정해 세부적인 상품 기획에 들어간 상태다.
벤텍스는 나이키에 이어 독일 아디다스사와도 기술 파트너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아디다스와의 기술 파트너 결정은 본사 기술 담당 임원이 벤텍스를 방문한 직후 바로 이사회에 안건을 올려 1주일 만에 파트너로 등록됐다.
고 대표는 그러나 아직도 배가 고프다고 말한다. 고 대표는 차세대 전략 아이템으로 스킨케어 테크놀로지가 접목된 특수섬유를 내놓을 계획이다. 그는 "최근 겨울철 의류상품의 문제점 보온은 어느 정도 해결되지만 가려움을 유발하는 아토피라고 할 수 있다"면서 "인체에 있는 수분은 보호하고 외부의 수분을 빨아들이는 특수섬유를 개발했는데 세계적 의류업체에서 관심을 보여 내년에는 상품으로 출시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초대형 기술계약이 잇따르면서 올해 400억원 수준의 매출은 오는 2017년께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률 10~13%를 달성하고 현재 50% 수준인 수출 비중은 70%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탄탄한 재무제표에 힘입어 내년 하반기 상장계획이 순조롭게 추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 대표는 중장기적 목표인 섬유제조 업체에서 더 나아가 생활의류 전반으로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아이의 아토피 증상을 덜어줄 옷을 사러 와서 엄마는 다이어트용 기능성 옷을 사고 부모님께는 신경통 등 각종 통증을 완화해주는 치료용 옷을 구매하는 힐링하우스를 꿈꾼다"면서 "벤텍스는 중장기적으로 사람과 환경에 도움이 되는, 인체공학 개념이 접목된 생활의류 업체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민정기자 jmin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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