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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의 매각 문제를 놓고 1대 주주인 두산인프라코어와 2대 주주인 사모펀드(PEF) 간의 갈등이 결국 법적 소송으로 치닫고 있다. 매각 이후 부품 공급 문제를 둘러싸고 1대 주주와 2대 주주 간의 갈등이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내년 4월 인수금융 디폴트라는 '폭탄'이 기다리고 있는 만큼, 양측이 현실적인 선에서 합의점을 찾아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DICC의 2대 주주(지분 20%)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미래에셋PE·하나금융투자PE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은 현재 최대 주주(80%)인 두산인프라코어 측을 상대로 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FI 측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의도적으로 DICC 매각을 방해하고 있다"며 "이에 현재 법무법인과 구체적인 소송 방식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FI들은 지난 2011년 두산 측으로부터 DICC 지분 20%를 3,800억원에 인수했다. 그러나 중국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DICC의 실적이 갈수록 악화했고 이에 지난해 4월까지 추진하기로 했던 기업공개(IPO)가 불발됐다. 이에 FI들은 투자금 회수를 위해 두산인프라코어의 DICC 지분 80%까지 함께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을 행사해 올해 4월부터 공개 매각을 진행해오고 있다.
현재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부품공급 문제다. FI들은 두산인프라코어 측에 매각 이후에도 새로운 매수자에게 엔진 등 굴삭기 핵심 부품을 계속해서 공급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자체 생산 능력 없이 두산인프라코어 부품을 반조립 형태로 공급받아 중국 현지에서 굴삭기를 조립·판매하는 DICC의 사업 특성상 두산인프라코어의 부품공급이 중단되면 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FI 측 관계자는 "부품공급 문제로 DICC의 매각가치가 떨어지게 되면 이는 동반 매각에 나선 두산인프라코어 측이 신의 성실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FI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주식매매계약서(SPA)상에 매각 이후 부품공급 조항이 없고 인수 후보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부품공급을 미리 확약해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FI 측에서 부품공급뿐만 아니라 매각 이후 두산인프라코어가 중국에서 신설 법인을 설립하지 않는다는 확약까지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사실상 중국에서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양측의 주장이 이처럼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내년 4월 만기가 도래하는 FI의 인수금융이 양측 간의 갈등에서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인수금융 '디폴트'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하기 위해 양측이 어느 선에서 타협점을 찾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FI들은 2011년 DICC 지분 20%를 3,800억원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이중 1,300억원을 국민연금 등 대주단으로부터 인수금융으로 조달했으며 만기가 내년 4월 도래한다. DICC 실적이 최근 몇 년 사이 계속 악화하고 이에 FI들 역시 배당을 지급 받지 못하면서 인수금융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설정한 한도대출(RCF) 역시 바닥난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에 전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수금융 만기를 연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두산인프라코어 입장에서도 인수금융 디폴트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그동안 DICC를 둘러싼 문제로 인해 국내 주요 연기금의 신뢰를 크게 잃은 상황이다. 인수금융 디폴트라는 최악의 사태까지 치닫게 되면 두산에 대한 신뢰는 더욱 추락할 수밖에 없다. 실제 두산인프라코어가 5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국내 주요 기관을 대상으로 두산인프라코어밥캣홀딩스의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에 나섰을 때에도 주요 기관들은 "DICC 문제로 두산 측을 믿을 수 없게 됐다"며 투자에 나서지 않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장 바람직한 방안은 인수금융 만기를 일정 부분 연장하는 한편 중국 건설경기 회복과 맞물려 DICC의 '몸값'이 높아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라며 "양측이 이를 위해 일정 부분 합의점을 찾아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준석기자 pj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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