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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모아 마무리 지을 때
입력2003-12-11 00:00:00
수정
2003.12.11 00:00:00
최근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면 어지럽기 짝이 없다. 국회는 정쟁으로 밤을 새면서 정상적인 회기를 일 없이 흘려보내고 말았다. 정부 관계자는 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국면에 들어섰다고 선언했지만 서민의 허리띠는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가가 주관하는 대학입학 시험이 능력과 권위를 의심 받는 상황에서 수험생을 둔 가정은 본격적인 `눈치작전`에 총동원될 태세다.
더욱 가관인 것은 무리지어 자신의 주장만을 일삼는 행태다. 남의 말은 귓등으로 흘린 채 원초적인 힘만이 횡행하면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혹은 새로운 권리를 획득하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거리로 나서면서 대한민국은 하루도 조용할 날 없는 소란한 사회가 되어 버렸다.
최근 어느 신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들어 하루 평균 한 건 이상 사회적 관심을 끄는 농성이 벌어졌으며, 과격 점거농성도 닷새에 한 건 꼴로 일어났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웃 중국이 유인 우주선을 쏘아올리면서 선진 과학기술력을 과시하고, 일본이 `10년 불황`에서 깨어날 채비를 차리고 있다는 소식에 비하면 우리네 모습은 참으로 초라할 수밖에 없다.
로마가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딱 하나다. 다양성 속에서도 관용의 정신이 위력을 발휘하여 필요할 때는 힘을 모을 줄 알았기 때문이다. 국가 내부적으로 살벌한 정치투쟁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대화재 같은 자연재해는 사회공동체의 존립을 위협했다. 하지만 로마시민들은 국익을 지키기 위한 중요 결정이 필요할 때면 개인의 이익보다 공공의 선을 앞세울 줄 알았기 때문에 `천년 왕국`을 이어갈 수 있었다.
중국 고전인 회남자(淮南子)에 `逐獸者目不見太山, 嗜慾在外, 則明所蔽矣(축수자목불견태산, 기욕재외, 즉명소폐의)`란 말이 있다. 큰 산에 들어가서 짐승을 쫓는 사람은 짐승에게 마음을 빼앗긴 나머지 산이 보이지 않고, 욕심이 딴 곳에 가 있으면 양심의 밝음이 가려져 똑바로 보는 힘을 잃게 된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가 좀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욕심을 낼 수 없을까. 나무도 보고 숲도 보면서, 나아가 산까지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없을까. 막힌 것을 뚫고, 흩어진 것을 모으며, 진행 중인 것을 마무리 짓는 것이 연말에 어울리는 일일 것이다.
<이석영(한국무역협회 상근 부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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