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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 나의 인생] (42) 출판협회와 맺은 인연
입력2003-07-06 00:00:00
수정
2003.07.06 00:00:00
2002년 2월 재임까지 포함해 대한출판문화협회장으로 6년여 기간의 임기를 마치고 지금은 APPA(아시아태평양출판협회) 회장과 IPA(국제출판인협회) 이사로 국제행사에 참여하지만 그 이전 출협 임원진으로 함께했던 20년간 나의 열정을 아는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성격상 하려면 제대로 하고 그렇지 않으면 애당초 마는 타입이어서 동지도 많이 얻었지만 알게 모르게 적(?)을 만든 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조직을 이끌어가든 모든 성원을 만족시킬 수는 없을 터, 행여나 협회 일을 진행하던 중에 나로 인해 편찮은 일을 겪은 동료 출판인이 있다면 이 기회를 통해 이해를 구하고 싶다. 이사 시절을 제외하고 출협 회장, 부회장 재임기간이 12년이나 되었는데 출협 업무 때문에 회사 일을 등한시하는 것을 느꼈던 원로 작가가 이따금씩 충고를 해왔다.
“혹시 정계 진출하려는 것이 아니냐. 왜 쓸데없는 고생을 사서 하느냐. 사회적 명예, 그거 아무것도 아니다. 한창 회사 일에 전력해야 될 나이에 너무 외도하는 것 같다. 나중에 후회하니 손 떼라.”
나는 그 때마다 웃으며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침내 손을 놓고 돌아보건대 후회는 없다. 내 성심껏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내가 출판계의 공식 모임에 참석한 것은 1981년 아동도서출판협의회 창립총회를 비롯해서 이다. 출판계에 아동도서 비중이 높아 가자 `아동도서 출판인의 화합ㆍ단결과 상호 협조로 아동도서의 질적 향상과 건전한 아동문화 형성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조직된 모임인데 아동도서 출판인들답게 순수한 열정이 가득했다.
1983년 여름에는 매일 아침 남산식물원 앞에서 모임을 가졌는데 아동도서의 발전 방향과 독서운동 전개 방법 등에 대해 토론도 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동문학가나 사회 저명인사, 교수와 정치인 등을 초청해서 의견을 듣기도 했다. 그러고 난 뒤면 아침식사를 해장국으로 대신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구체적인 독서운동의 일환으로 `책을 읽지 않는 국민은 발전할 수 없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성공할 수 없다`고 인쇄한 스티커 30만장을 제작해 서울시내 차량에 붙이게 했다. 그리고 현수막을 곳곳에 내걸고 직접 거리에서 독서 캠페인을 벌였다.
1987년에는 청소년도서출판협의회가 조직되었는데 내가 회장을 맡게 됐다. 당시 출판계에서 가장 염려하고 있던 문제는 일본에 비해 매우 낮은 우리 국민의 독서 풍토였다. 그래서 독서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청소년기의 독서증진 방법에 대해 수시로 세미나와 강연회를 열었고, 해마다 청소년의 달인 5월에는 YMCA와 청소년 및 여성단체, 출판관련 단체들과 공동으로 서울의 주요 지역에서 `양서 권장 및 악서 추방 캠페인`과 `어린이날 책 선물하기` 등을 벌였다. 그리고 독서실태 조사를 통해 독서운동의 효과를 진단해 보기도 했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발전이 없어 고심하기도 했다.
청소년독서운동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우리나라 입시제도에 문제가 많기 때문이었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학생들이 대학입시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교육풍토 속에서는 아무리 책을 즐기고 싶은 학생도 독서를 우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분야별 출판인들의 모임에 적극적이다 보니 어느새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일에도 서서히 관여하게 됐다. 출판인들의 총체적 집결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는 1947년 창립 이래 우리나라 출판계와 출판문화를 이끌어 온 실질적인 구심체였다. 그러나 초기 출판인 대부분이 출판을 통해 국가와 민족에 기여하겠다는 애국적인 뜻이 강했던 만큼 그런 출판인들이 주축이 되어 창립한 출판문화협회는 민족주의적 색채가 강할 뿐 아니라 대단히 보수적인 모임이기도 했다.
따라서 뜻이 있는 출판인이라 하더라도 운영단 속에 들어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가운데 나는 1982년 이사가 되어 한발 깊숙이 협회에 몸담게 됐다.
아시아태평양출판협회장ㆍ예림 경기식물원이사장ㆍ전(前)대한출판문화협회장
<나춘호 예림당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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