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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입금 만기 앞두고 외화조달 전쟁
입력2003-03-30 00:00:00
수정
2003.03.30 00:00:00
이진우 기자
지난 97년 말 외환위기 직후 상당기간 동안 외화유동성 위기에 시달렸던 은행들이 국내외 경제환경 악화로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자 또 다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은행들은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 직후 절정에 달했던 외화조달난이 다소 진정기미를 보이면서 한숨을 돌리는가 싶더니 외화차입금의 대규모 만기도래와 다음달로 예정된 무디스의 신용등급 조정 등 불안한 변수들이 이어지면서 다시 돈 빌려 줄 곳을 찾아 헤매고 있다.
일부 외국계은행들은 이 같은 상황을 악용해 만기연장을 아예 거부하거나 일주일에서 한달 단위의 초단기로 만기를 연장해 주면서 금리를 대폭 높여 부르는 등 단단히 `한 몫`을 챙기려는 속셈까지 보이고 있다.
◇피 말리는 `외화조달` 전쟁= “외국계은행들이 한달 이상의 자금은 빌려주지 않으려고 한다. 일부에서는 만기연장 여부에 대해 확답을 주지 않다가 만기가 돌아오는 날돈을 갚으라고 하거나 금리를 마음대로 올려 부른다. 외환위기 직후 말고는 이처럼 힘든 나날은 없었다. ”. 시중은행의 한 외화차입 담당자는 최근의 시장상황을 이렇게 설명하면서 한숨을 내 쉬었다.
최근 중장기 차입에 성공(?)했던 한 시중은행 관계자도 “당초 신디케이션(공모) 방식으로 자금을 빌리려고 주간사까지 선정했지만 시장이 냉담한 반응을 보여 결국 거래관계가 돈독한 은행들을 골라 겨우 마무리했다”며 “이들에게는 나중에 다른 거래를 통해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늘 부담이 된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하루하루 버텨가고 있는 요즘은 차라리 나은 편이다. 상당수 은행들은 차입금 만기가 집중되는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보고 외화확보를 위한 비상대책 마련에 여념이 없다.
◇불투명한 변수 줄줄이 대기= 은행들이 외화유동성과 관련해 우려하고 있는 변수는 크게 세가지. 우선 시장상황이 지금보다 얼마나 개선되느냐 여부다. 지금까지는 어렵게나마 근근히 버텨 왔지만 앞으로 남은 만기차입금 규모가 훨씬 많기 때문에 현 시장상황이 그대로 유지된다 해도 자금난이 심각한 일부은행들은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
두번째 변수는 다음달로 예정된 무디스의 신용등급조정이다. 무디스가 국내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낮춘데다 등급자체까지 떨어뜨릴 경우 은행들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져드는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변수는 은행들의 단기 외화유동성을 뒷받침해 주고 있는 외화예금의 동향이다. 거액 외화예금의 경우 대부분 초단기로 맡겨뒀기 때문에 환율을 보고 언제든 달아날 가능성이 크다. 만일 한꺼번에 외화예금이 빠져나간다면 더 이상 자금을 조달할 길이 막막해 지게 된다.
이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단기외채 비중이 높아졌고 외화자금 조달여건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 상당한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보유하고 있어 대외지급 능력측면에서는 지난 97년(외환위기) 당시와는 분명히 다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KDI는 그러나 “단기 대외채권이 단기외채보다 많다는 것 만으로 외화유동성에 문제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단기외채 증가의 원인과 규모를 지속적으로 감시함과 동시에 외화유동성 지도비율을 높이는 등 건전성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진우기자, 조의준기자 ra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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