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 그룹이 내년 투자금액을 올해보다 10% 이상 늘릴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25일 서울경제가 국내 10대 그룹(삼성은 응답 고사)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 결과 8개 그룹이 “내년 투자규모를 올해보다 늘리겠다”고 답했다. 투자규모와 증가폭은 그룹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올해보다 최소 10% 이상 늘릴 것으로 구상하고 있었다. 이는 내년에 ‘친기업 정책’을 표방하는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기업환경도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10대 그룹은 새 정부가 주력해야 할 경제정책으로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투자 활성화(89%)’를 가장 많이 꼽았다. 규제완화 내용에서도 ‘법인세ㆍ종합부동산세 등 조세제도(67%)’가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출자총액제한제도(12%)’ ‘창업규제 제한(11%)’ 등에 대한 요구도 뒤를 이었다. 이는 차기 정부가 세금제도를 기업에 유리하도록 바꾸고 각종 기업규제를 완화하면 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업들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측근인 강만수 전 재정경제원 차관이 최근 “법인세를 10~20%로 낮추겠다”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해 기업들은 내년 투자여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새 정부가 대기업정책으로 가장 중시해야 할 원칙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절반을 훌쩍 넘는 67%가 ‘시장경제 중시’를 꼽아 기업의 자율적인 경영활동을 보장해달라는 요구를 감추지 않았다. CEO들은 이밖에 ‘기업지배구조 개선(22%)’ ‘해외진출 적극 지원(11%)’ 등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경영활동 지원책을 필요로 했다. 내년 기업경영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복수응답)에는 ‘유가 및 원자재가 상승(35.7%)’과 ‘서브프라임 사태 악화에 따른 미국 경기 악화(35.2%)’ 등 글로벌 경영환경 악화에 대한 걱정이 가장 많았다. 이와 함께 ‘저성장 속 고물가(11.7%)’ ‘비정규직법 확대 시행에 따른 노사문제 악화(5.8%)’ ‘원화강세로 인한 수출 채산성 악화(5.8%)’ 등도 우려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그룹 관계자는 “재계는 내년에 들어서는 새로운 정부가 기업환경을 개선한다면 투자를 대폭 늘리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며 “최근 법인세 인하방침을 밝히는 등 실천의지를 보여줌에 따라 차기 정부에 대한 기업들의 신뢰와 기대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