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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압수수색 '체면치레' 이상 성과낼까
입력2005-08-19 10:17:05
수정
2005.08.19 10:17:05
정보기관 초유 사태…도청장비 이미 폐기해 압수수색 효과 의문
안기부ㆍ국정원 도청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19일 오전 유재만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팀장으로 한 대규모 인력을 투입, 전날밤 발부받은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전격 집행했다.
수사 기관이 국가 최고 정보기관에 대한 사상 초유의 압수수색이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든 것은 그동안 답보상태를 보여온 도청 수사를 진척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국정원을 설득해 수사 협조를 이끌어내겠다던 방침을 여러 차례 시사해온 검찰이 강제 수사에 나선 이상 압수수색 성과와 별도로 도청 사건 수사 속도는 급물살을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이 우회로 대신에 돌연 정공법을 선택한 데는 전ㆍ현직 국정원 실무 직원,국장ㆍ과장급 간부들의 비협조적인 태도와 국정원이 제출한 자료가 극히 부실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전 안기부 도청조직 미림의 팀장 공운영씨로부터 274개의 도청 테이프를 압수할때만 해도 느긋했던 검찰의 기류가 돌변한 것은 이번 주부터다.
국정원 전직 실무자들은 물론 간부들까지 조사에 불응하자 "강제수사도 생각해보겠다"며 압박 카드를 내보인 것이다.
검찰은 전임 법무장관인 김승규 국정원장이 "압수수색도 감수하겠다"고 했을 때국가 기관을 강제 수사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 뿐더러 국정원 특성상 효율도 떨어진다며 압수수색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 때 국정원이 휴대전화를 불법 감청했다는 의혹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데다, 전문가들조차 감청 가능성을 두고 설명이 엇갈려 검찰 내부에서도 감청장비 유무를 직접 확인해야한다는 의견이 점차 힘을 얻었다.
압수수색 주요 대상은 2002년 10월 해체된 도ㆍ감청 담당부서인 과학보안국 사무실과 장비, 자료를 보관, 폐기했던 장소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국정원 전체가 압수수색 대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다른 비밀 문건이나 자료 보관 장소까지 샅샅이 훑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실제 기대한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국정원 발표에 따르면 최근 2002년 3월 도청 중단 이후 관련 장비는 모두 폐기됐고 자료도 주기적으로 소각해 남아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검찰 주변에서는 이번 압수수색이 도청의 전모를 낱낱이 밝혀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국민적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데 반해 수사속도는 예상보다 떨어지자여론에 떠밀려 마지 못해 하는 `체면치레용'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 장학생으로 지목된 전현직 검찰 고위간부들의 명단이 공개되고 브로커의뇌물리스트에 현직 검사들이 적혀있는 사실이 드러나는 등 검찰 비리에 대한 국민적비난여론이 거세지자 이를 피하기 위한 국면전환용으로 국정원 압수수색 카드를 선택했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국정원이 도청 장비, 자료를 모두 폐기했다고 밝혔고, 설령 장비나 자료가 일부 있더라도 이번 사건이 터진 뒤 압수수색 가능성이 예고된 점에 비춰 도청관련자들이 자료를 은폐했을 가능성이 높아 압수수색에서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중론이다.
실제로 검찰은 2002년 국정원 도청 의혹 사건 때 압수수색 효율성이 떨어진다고판단, 국정원의 협조를 받아 현장 조사를 벌였지만 도ㆍ감청 관련 장비나 자료는 전혀 확보하지 못했다.
국정원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하면 어디 가서 어떤자료를 가져와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중요 자료를 놓칠 수 있어 고민했다. 국정원은다른 기관과 달리 실무선에서 은폐하기가 가능한 조직이다"며 압수수색의 어려움을털어놓았다.
그렇다고 이번 압수수색에서 의외의 수사 성과를 낼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아니다.
국정원은 현재 합법 감청은 하되 휴대전화 감청은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으나, 이런 주장이 수사 기관이나 다른 관련 전문기관에서공개적으로 검증받은 적은 없다.
따라서 검찰이 압수한 감청 장비 등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휴대전화 감청 가능성등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면 향후 수사는 예상외로 강한 속도가 붙을 수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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