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장에서 소매 영업을 하려면 아줌마들의 마음을 잘 읽어야겠더군요. 한국에서는 주부들이 가정생활의 경제권을 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한국씨티은행이 대형 할인점인 이마트와 제휴카드를 내놓은 이유도 바로 아줌마들, 즉 주부층을 목표시장으로 삼아 공략하기 위해서입니다.” 베티 드비타(46) 한국씨티은행 수석부행장 겸 소매금융 부문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에서 여성들이 경제의 중심에 서는 경우가 많아지고 금융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의 폭도 넓어지고 있다”며 “여성층, 특히 주부를 공략하는 것이 한국씨티은행에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드비타씨는 자신도 서울에서 직장을 갖고 있는 남편과 두 자녀를 둔 아줌마라고 소개했다. 그는 본인이 주부이기 때문에 주부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드비타씨는 “씨티은행은 그 동안 돈이 많은 부유층 중심의 서비스에 집중해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고객을 세분화해 니즈(needs)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지만 과거보다 더 대중화된 일반고객 중심의 마케팅에 집중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6개월 동안 새로운 영업의 기회를 거의 갖지 못했다. 노조와의 갈등을 벌이는 동안 이탈하는 기존 고객을 지키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노조와의 갈등이 성공적으로 봉합된데다 오는 7월 중순에 소매금융 부문에 대한 전산통합이 마무리되기 때문에 한국에 맞는 상품을 개발해 본격적인 판매에 나설 것이며 영업에서도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드비타씨는 “7월19일 소매금융 부문의 전산통합이 마무리되면 고객들은 은행 전지점에서 불편 없이 똑같은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며 “전산통합과 함께 모바일뱅킹도 새롭게 시작해 씨티그룹의 다양한 소매금융 서비스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씨티은행은 통합 전산망이 성공적으로 가동되면 영업에 공격적인 드라이브를 걸 예정이다. 드비타씨는 “3ㆍ4분기부터는 씨티그룹의 새로운 상품군을 고객들에게 소개할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며 “현재 미국ㆍ홍콩ㆍ러시아 등에서 서비스 중인 금융서비스를 조만간 국내시장에서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개인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등은 전세계 어디에서나 공통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지만 차별화가 별로 이뤄지지 않은 비즈니스”라며 “씨티그룹만의 차별화된 서비스와 상품으로 고객들을 사로잡아나갈 것”이라고 강조, 신상품이 이와 관련된 것임을 시사했다. 드비타씨는 씨티그룹 소매금융 서비스의 장점으로 펀드 상품을 예로 들면 특정회사에 얽매이지 않고 전세계에서 판매 중인 다양한 상품을 고객들에게 골고루 소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들었다. 한편 그는 현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금융 서비스 개방과 규제완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점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한국씨티은행은 미국 금융당국의 규제와 한국 금융당국의 규제를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므로 비즈니스의 균형적인 성장을 이루고 당면 과제를 풀어나가는 일은 쉽지만은 않다”며 “한국이 국제금융허브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보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기준과 서비스를 벤치마킹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모든 협상에는 서로 주고 받는 것이 있기 마련”이라며 “이번 협상 역시 양국이 서로 양보와 타협을 통해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리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드비타씨는 지난 81년 미국 씨티은행에 입행, 씨티은행 라틴아메리카와 베네수엘라 씨티은행 등을 거치며 소매금융 부문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2004년 8월부터 한국에서 일했으며 여성 비즈니스 리더 양성에 주력하는 세계적인 비영리단체인 바이털 보이스(Vital Voice)의 베네수엘라 지구 창립 멤버로 활동하는 등 여성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12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는 한국-토고 월드컵 축구경기에서 가족들과 함께 한국선수들을 절대적으로 응원할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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