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태가 최악의 지경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개판 5분전’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개판 5분전이란 표현은 파탄지경을 의미하는 개판이라는 단어 뒤에 5분전이란 말이 붙었으니 아직은 파탄을 극복하고 정상적인 상황으로 되돌릴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뜻도 내포돼 있다. 유일로씨가 쓴 개판 5분전이라는 책은 원색적인 제목으로 눈에 쉽게 띈다. 이처럼 도발적인 제목을 단 것은 절벽 위에 서있는 우리 사회에 대한 저자의 절박한 심정을 반영하고 있다. 저자는 대기 오염과 교통체증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염려하며 망국의 자동차 문화를 꼬집는다. 한국호가 위기에서 탈출하려면 한발 앞선 디자인과 공해를 유발하지 않는 연료전지차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해외투자 발목을 잡고 있는 노사 쟁의를 망국병으로 지적하고 황폐화된 교육 여건을 개탄하기도 한다. 보수적인 색채가 짙게 풍겨 나오지만 저자는 굳이 자신이 보수주의자임을 감추려 하지 않는다. 저자는 “세계가 다 우향우 하는데 우리만 좌향좌”하는 꼴이 우습다며 일단 우리 경 파이를 늘려 놓는 게 급선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일필휘지처럼 단번에 써 내려간 글 솜씨는 책장을 쉽게 넘기게 하지만 저자의 강직한 주장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