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처럼 세계 곳곳에 표준화된 점포를 구축해 한국산 제품을 판매하는 '금형 프랜차이즈사업'이 실현될 날도 그리 머지 않았습니다." 국내 1위의 금형업체인 재영솔루텍의 김학권(64ㆍ사진) 회장은 요즘 국산 금형제품의 설계 및 생산조건을 햄버거처럼 표준화시켜 세계 어느 곳에서도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내 판매하겠다는 프랜차이즈사업 구상에 푹 빠져있다. 기술자의 숙련도나 작업여건에 따라 둘쑥날쑥한 금형제품의 한계를 뛰어넘어 최상의 금형제품을 앞세워 세계시장을 누비겠다는 'K-몰드 프랜차이즈사업'은 바로 김 회장의 오랜 꿈이기도 하다. 김 회장이 일반인들에게 다소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는 금형 프랜차이즈 사업에 눈길을 돌린 것은 지난 1998년 대통령 경제수행단에 포함돼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빡빡한 일정 때문에 이동하는 차량에서 맥도널드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면서 아이디어를 얻게 됐다고 한다. 김 회장은 "맥도널드 햄버거는 미국이든 러시아든 전세계 어느 곳에서 먹어도 재료와 맛이 똑같은데 금형이라고 안될 게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금형제품의 설계 및 생산조건을 모두 표준화한다면 세계 어느 곳에서 생산해도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회상했다. 김 회장의 사업구상은 최근 정보기술(IT) 진화와 금형의 생산기술 발달에 힘입어 가시적인 성과를 속속 내고 있다. 그는 3년전부터 'K-몰드 프랜차이즈' 사업을 위한 데이터 작업을 착실히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 6월 이전한 송도 JDH 신사옥을 프랜차이즈사업의 글로벌 본부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실제 인천 남동공단과 평택공장에 데이터화된 금형생산 매뉴얼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한 결과, 통상 40~50일이 걸리던 납기를 최대 7~10일까지 단축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김 회장은 "우선 중국과 개성에 위치한 생산공장과 일본 법인쪽에 매뉴얼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2년 뒤에는 전세계 거래처에 재영솔루텍의 K-몰드 매뉴얼을 제공하는 프랜차이즈 사업이 정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회장의 말에 힘이 실리는 것은 그가 맨주먹으로 뛰어들어 올해로 창립 33주년을 맞은 재영솔루텍을 매출 2,000억원대의 중견기업이자 벤처업계 56위로 올려놓는 등 척박한 여건의 금형업계에선 독보적인 인물로 불리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영솔루텍의 금형기술은 이제 IT분야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4년 전부터 나노광학사업부를 만들어 휴대폰 핵심부품인 8M 렌즈모듈과 AF(자동초점)모듈, 비구면글라스렌즈 개발에도 성공했다. 특히 고화소용 휴대폰 카메라의 부품인 비구면글라스렌즈 생산기술은 전세계에서 7개사만 기술개발에 성공했으며 국내에서는 재영솔루텍이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작년에는 삼성전자가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출시한 '픽스온' 고화소 휴대폰에 재영솔루텍이 개발한 8M 렌즈모듈을 탑재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김 회장은 "30여년간 정밀 금형에서 축적된 노하우가 휴대폰 핵심부품 개발의 밑거름이 됐다"며 "개성공단을 생산기지로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것도 시장 진출의 유리한 조건이 됐다"고 밝혔다. 지난 6월부터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모임인 개성공단기업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 회장은 "초기부터 시범단지에 입주해 개성공단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며 "개성공단은 세계 어느 산업단지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을 만큼 양질의 인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곳"이라고 강조했다. 항상 '김품질'이라는 명찰이 새겨진 작업복을 입고 다니며 현장을 꼼꼼히 챙기는 김 회장은 최근 짬짬이 틈을 내 모터업체의 성공스토리를 담은 저서 '일본전산이야기'를 읽고 있다고 한다. 그는 "장기 불황 속에서도 10배나 성장할 수 있었던 일본전산의 사례를 본보기로 삼아 재영솔루텍의 새로운 30년을 위한 비전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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