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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받는 기업’의 탄생조건

SK사태가 정점에 달하던 지난 7월. 우리 사회 전체가 반(反)기업 정서로 가득 차 있었다. 이 때 서울경제신문은 `존경 받는 기업`이라는 작지만 소중한 명제를 생각했다. 우리 기업이 여전히 `1등 주의`라는 외형 중심의 등식에 사로 잡혀 있다지만, 질적 성장을 위해 한걸음씩 다가서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소박한 기대가 출발점이었다. 그리고 지난 8월 1일. 서울경제는 `존경 받는 기업을 만들자`라는 시리즈를 시작했다. 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누구에게나 사랑 받을 만한 기업을 찾는 작업이 이어졌다. 5개월이 지난 지금 이런 노력이 무색 하 듯, 나라안은 좀처럼 비자금 정국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기업과 기업인들은 검찰 주위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5대그룹이 모조리 압수수색의 참혹한 상황을 맛보았다. 기업들은 아직`차떼기`로 묘사되는 후진적 정경유착에서 허덕이고 있다. 적어도 현 상황만을 보면 어디에서도 `존경`이란 단어를 찾을 수 없다는 게 솔직한 진단일 것이다. 최근 저녁자리에 마주한 A그룹 임원의 토로는 자기 고백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반성문`에 가까웠다. 단두대에 설 날만을 기다리는 죄인의 심정마저 담고 있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초일류 기업이 되겠다는 일종의 자기 최면을 걸면서 경영을 해왔습니다. 범죄행위의 개념 조차 망각해왔던 셈이지요. ” 그렇다면 언제까지 기업들을 부패의 낭떠러지에 매달은 채 방치할 것인가. `투명`이라는 명분을 위해 또다시 단죄의 희생양으로 삼을 것인가. 기업들에게는 그리 시간이 많지 않다. 올해 장사는 수출로 그럭저럭 꾸려왔지만, 세계 경제의 향방에 춤추는 천수답 경제는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2004년을 보름 남짓 앞둔 지금. 이젠 기업들이 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생채기로 가득찬 그들을 보듬어 줄 시간도 됐다. 그 몫은 원인을 제공한 정치인의 자기고백, 그리고 국민에게 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정부와 국민 모두 `범죄의 방조자`가 아니었던가 2004년 새해에는 진정으로 존경을 받을 수 있는 `멋진 기업`을 찾아야 한다. <산업부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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