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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외교·정보 '끝없는 전쟁' 돌입
입력2001-10-08 00:00:00
수정
2001.10.08 00:00:00
테러 네트워크 분쇄 장기전 불가피미국이 오사마 빈 라덴 및 탈레반 정권에 대한 포문을 열면서 미국의 21세기 첫 전쟁이 시작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부친에 이어, 그리고 걸프전 당시 전쟁 수뇌부를 재차 대동하고 전쟁을 수행하고 있지만 이번 전쟁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전쟁(NEW WAR)으로 평가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이 세계 테러 네트워크를 상대로 하는 것인 만큼 속성상 장기전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을 것이란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공언처럼 테러 전쟁을 미국이 원하는 시간에 시작했을 순 있지만 끝나는 시간은 알 수 없다는 것.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번 전쟁의 모델은 마약과의 전쟁에서 찾기도 한다.
전쟁을 바라보는 관전 포인트 역시 지난 90년대 초반의 걸프전과는 상이하다.
당시 미국은 단기간내에 완승을 이끌어 냄으로써 세계 유일 초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그러나 이번 전쟁은 테러 네트워크의 분쇄를 목적으로 하는 등 목표가 극히 추상적이기 때문에 목표 달성 시기와 기간을 점칠 수 없으며, 게릴라 투입 등 비정규전이 주축을 이룬다는 점에서 '더티 워'라는 부정적 평가도 받고 있다.
◇군사ㆍ외교ㆍ정보전 아우르는 총력전=이번 전쟁을 새로운 전쟁으로 보는 시각의 근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군사ㆍ외교ㆍ정보전이 어우러진 총력전이 핵심으로 꼽히고 있다.
한마디로 전쟁이 상시적인 '진행형'으로 치닫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포문이 열린 지 몇일 지나지 않아 치열한 스파이전과 함께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리는 외교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치고 있다. 즉 포문이 외교 정보전의 결과에 따라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지난 9월 11일 테러참사 이후 당장이라도 보복공격을 단행할 듯 으름장을 놓았지만 지연에 지연을 거듭하다 이제서야 포문을 연 것 역시 전쟁 수행을 위한 환경이 과거와는 상당히 다르다는 점을 반증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대(對) 테러 전쟁은 군사전보다 정보전과 외교전, 즉 세계 각국과 긴밀히 공조해 전세계적인 네트워크를 얼마나 심도있게, 그리고 안정감있게 구축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마디로 테러라는 무형의 네트워크는 폭탄이라는 유형물로 퇴치할 수 없는 만큼 군사뿐 아니라 세계 각국간 경제ㆍ외교ㆍ정보 협력이 동반돼야 한다는 것.
만일 적절한 외교ㆍ정보전 없이 군사력에만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아랍권은 물론 동맹국의 반발을 불러오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초강대국으로서의 미국은 위상 추락은 물론 발을 빼지도 담그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이 세계 어느 나라도 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전쟁'을 시작했다며 앞으로의 전망은 럭비공이 어디로 튈까를 생각하는 것처럼 어렵다고 지적했다.
◇세계 역학구도에도 영향=이번 전쟁은 세계를 테러 대 반테러 구도로 나누는 등 외관상 단순한 구도처럼 보인다. 영국ㆍ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은 물론 경쟁국이었던 러시아와 중국, 적대국으로 여겨졌던 이란ㆍ쿠바까지도 미국의 대 테러를 지지하고 나서
는 등 힘의 중심이 한쪽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주도하의 대 테러 전선 밑에서 세계 각국의 파워게임이 쉴새 없이 진행되는 등 새로운 정치 지도가 그려지고 있다. 러시아ㆍ중국 등 주요국들은 대 테러 지원을 명분으로 세계 주요 이슈에 대한 발언권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신(新) 리더로서의 부상을 꿈꾸고 있다
러시아는 이번 대 테러 전쟁을 통해 서방과의 관계 개선은 물론 중앙아시아의 이슬람 공화국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실제 러시아는 나토의 동진 반대를 재고하는 대신 군사기구인 나토(NATO)의 정치 기구화를 전제로 가입의사를 밝히고 있다. 또한 체첸과의 분쟁을 테러리스트와의 싸움으로 규정, 명분상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고 하고 있다.
아랍권에도 새로운 지도가 그려질 가능성이 있다. 보복 군사공격이 장기화할 경우 아랍국은 국민들의 반미 감정 및 이에 따른 군사지원 축소의 압력에 당면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친미 노선을 지속하는 국가, 이슬람권의 정서를 수용해 등을 돌리는 국가 등으로 국가간 색채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갑자기 팔레스타인 자치기구의 국가 창설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도 이 같은 아랍권 정서의 압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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