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국을 패한 장쉬는 제6국마저 패하여 7번기는 단판 승부로 변해 버렸다. 제6국은 뼈아픈 반집 패배였다. 먼저 3연승을 거두고 나서 기막히게도 3연패를 당한 것이었다. 사토루는 막판을 3판이나 이기는 쾌거를 보여주어 갈채를 받았으나 장쉬로서는 죽을 맛이었다. 기자들은 사토루의 분전을 대서특필했다. 똑같은 단판승부였지만 사토루의 입장을 유리하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승부호흡이라는 게 묘해서요. 끝낼 기회를 3번이나 놓친 사람보다는 막판을 3번이나 극복한 사람쪽이 최고의 컨디션을 얻게 되는 법이지요. 실제로 3연패 이후에 4연승으로 타이틀을 휘어잡은 예도 많습니다.” 고마쓰 히데키 9단의 말이었다. 새로 돌을 가려서 장쉬의 백번이 결정되었다. 사토루의 2연성에 장쉬도 2연성. 다른 방식을 고려하지 않고 백으로 2연성을 둔 장쉬의 태세에서 일종의 비장감과 자신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흑5, 7은 세력을 위주로 한 착상. 흑11은 참고도의 백1로 들어오라는 주문이다. 그것이면 흑은 2에서 6까지로 웅장한 대모양작전을 펼칠 예정이다. 장쉬는 그 주문을 일축하고 백12로 붙이는 길을 택했다. 기자들은 사토루가 이길 경우를 위하여 갖가지 자료를 챙기고 있었다. 만약 그가 이겨 새로운 명인이된다면 46세의 신명인 탄생으로 또 하나의 신기록이 나오는 것이다. 이미 36세에 랭킹1위 기전인 기성전에서 우승한 사토루는 아직 명인전과 본인방전에서는 우승한 경력이 없다. 장쉬보다 21년 연상인 사토루는 미남이며 애주가인데다 팬들에게 언제나 친절하여 기자들에게도 인기가 퍽 높은 편이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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