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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칠레 FTA 비준 언제까지 미룰건가
입력2003-07-23 00:00:00
수정
2003.07.23 00:00:00
이종배 기자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준에 관한 국회의 자세는 `직무유기`수준이다.
민주당은 지난달초 FTA 비준안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않기로 하면서 피해 농가에 대한 지원대책을 담은 특별법을 마련한 다음 비준안을 처리하자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한나라당도 같은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한달 이상 지난 지금까지도 특별법은 진척이 없다. 현재까지 이 법안에 서명한 의원은 19명에 불과하다. 농민단체들이 벌이고 있는 FTA 비준 반대 국회의원 서명에 동참한 의원수가 이미 과반수를 넘어선 것과 대비할 때 터무니 없이 적은 숫자다.
심지어는 서로 특별법 제정안의 대표발의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등 거꾸로 가고 있다. 당초 대표발의를 하려고 했던 정대철 민주당 대표가 굿모닝시티 사건에 연루되면서 대표발의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부는 법안의 국회 제출을 유보한 채 의원들을 대상으로 대표발의자를 찾고 있으나 대부분 지역구 사정 등을 이유로 손사래를 치고 있다. 도회지 출신 의원들조차도 나서기를 꺼려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이런 가운데 FTA비준 지연에 따른 피해는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ㆍ일본 등 선진국은 거미줄처럼 얽힌 중남미지역의 FTA를 이용해 우회수출을 크게 늘리고 있다. 반면 6%의 관세부담을 안고 있는 국내 수출기업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칠레는 물론 남미시장에서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칠레시장을 휩쓸고 있는 소형 승용차와 일부 세탁기기종은 이미 일본과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고 FTA 체결국인 멕시코ㆍ브라질의 약진으로 컬러TV 시장점유율도 한자릿수로 떨어지기 직전까지 몰렸다.
만약 FTA 비준이 무산되면 매년 4억달러로 추정되는 대(對) 칠레 무역수지 개선 효과가 사라질 뿐만 아니라 대외공신력 하락으로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칠레 의회도 아직 비준안을 처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칠레 의회가 조속히 처리하는 방향으로 절차를 진행시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우리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 만약 칠레 의회가 FTA비준안을 통과시켰는데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내년 총선을 의식해 비준을 자꾸 미룬다면 국제적 망신거리요, 지구촌을 풍미하는 FTA시대에서 `미아`가 될 것이 분명하다.
국회는 직무유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 진정으로 나라와 농민을 걱정한다면 FTA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을 서두르고, 비준안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이종배기자,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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