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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면평가와 공직문화
입력2003-05-13 00:00:00
수정
2003.05.13 00:00:00
공직사회의 다면평가제에 대해 찬반논의가 적지 않다. 도입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인기영합주의나 담합의 가능성을 지적한다. 아랫사람 눈치를 보느라 소신껏 일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다면평가제를 초기에 도입한 우리 부처의 경험에 비추어 내 견해를 말하자면 다면평가는 장점이 많은 아주 좋은 제도라는 것이다.
종전에는 간부들이나 기관장의 독단에 의해 인사가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윗사람에게만 잘 보이거나, 외압을 행사하면 승진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한 때도 있었다. 그러나 다면평가 이후에는 이런 분위기가 사라졌다. 인사철마다 10건 이상 청탁을 받았던 나도 참여정부 이후에는 단 한건도 받지 않았다. 설사 청탁이 있었다 해도 다면평가를 구실로 잘라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다면평가제는 직원과 기관장이 인사문제를 공유하는 것이지 기관장의 판단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다. 기관장은 여전히 최종결정권자로서 인사권을 행사한다. 다만 평가결과와 다른 선택을 할 경우 이유를 설명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의무를 진다고 하겠다.
다면평가제는 직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간부 몇 명의 판단보다 다수 직원의 판단이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공직사회는 인기에 영합하는 상사를 무조건 지지하지도 않고, 혹독하게 일을 시키는 상사를 배척하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이 제도가 정착되면 열심히 일하고 인격적으로도 성숙된 간부들이 많이 배출되리라 믿는다.
다면평가는 또한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어 좋다. 부하들이 밤새워 만든 검토서를 혼자서 다한 양 윗사람에게 보고하고 인정받는 사람은 설 자리가 없게 된다. 엄청난 기밀이라도 되는 듯 보안을 유지하던 인사안이 최종 결정되기 전에 공개되어 조직내외의 의견을 수렴하게 된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그렇다고 다면평가가 전가의 보도는 아니다. 우리 부처도 다면평가를 중요한 자료로 활용하지만 이것만으로 결정을 내리지는 않는다. 최고와 최하 점수를 배제하는 등 기술적 방법과 함께 국장들이 참여하는 인사위원회 등과 같은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종전 인사위원회에서는 격렬한 공방을 하면서도 결론이 개운치 않았는데 다면평가 이후에는 쉽게 합의에 이르고 있다.
흔히 공정하게 적재적소에 배치하면 잘된 인사라고 하지만 구체적인 사안으로 들어가면 정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다면평가는 함께 근무하는 다수 직원의 판단에서 그 답을 구하고 있다.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신뢰와 민주성에 기초한 이 제도를 도입하여 발전시켜 나간다면 성숙된 공직사회를 만드는데 분명 유용한 도구가 되리라고 본다.
<최낙정(해양수산부 차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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